사부의 요리 - 이연복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사실 홈쇼핑에서 주문한 이연복 탕수육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아 그의 요리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홈쇼핑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그의 진심은 아니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와 음식에 대한 생각이 적절히 구성됐습니다. 뒷 부분의 요리 레시피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웠습니다. 레시피는 제가 요리를 즐기지 않아서 별로 유용하지 않아 그럴 뿐이고요.
...목란의 주방에서는 나를 쓰푸, 사부라 부른다. 중식당에서는 다들 주방장을 셰프 대신 사부라 부르는데, 이 말이 참 묘하다. 사부는 선생님이라는 뜻이 있지 않은가. 그냥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음식 만드는 걸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정성을 들이게 된다...
사실 요즘처럼 셰프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다면 누가 주방 뒤의 일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스타 셰프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세상에 끌어내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생각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나름 장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이들은 40년이 넘게 한 길만 고집한 내 인생이 멋지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한 일을 40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이어왔다. 학교에 마음을 못 붙이고 말썽만 부리던 사내 아이가 요리만큼은 욕심도 부리고 재미도 느낀 것이다...
요리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습니다. 방송에 나와 이야기했을법한 글이지만 글로 읽는 것은 또 다른 울림이 되기도 합니다.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희한하게도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같이 앉고, 잘 안되는 사람들은 또 그들끼리 같이 앉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잘 안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주로 앉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지금 어려운 사람들, 뭔가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잘되는 이야기만 하니까,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나도 같이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나는 사람이 마음을 쓴다는 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잘나갈 때 서로 친하게 구는 게 아니라, 내게 부족한 것을 털어놓으면서 같이 고민하는 게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게 진짜 의리고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대만대사관 시절 메모한 노트 사진이 있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는 분의 글씨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성스럽군요. ^^
TV 속 스타 셰프에 대해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자리에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고 기초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정 비난할 일은 아니죠.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셰프들을 보면, 15분 안에 모든 것을 계산하고 움직이면서 음식을 착착 만들어낸다. 그만큼 기초 기술이 좋다는 이야기다...
책 후반부에 다시 머리말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책 속의 책 느낌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