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열린책들 |
조지 오웰의 1984를 먼저 구입해놓고 계속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 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동물 농장은 짧은 동화책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군요. 아이들이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꽤 많은 출판사에서 아동용으로 출판했네요.
어렸을때 읽었던 반공만화에서 느꼈던 이미지가 그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라 좀 혼란스러웠지만 책에 담긴 의미를 조금이나마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정치적인 현실에 비추어보아도 전혀 다른 이야기는 아닙니다. 무서울 정도로 변하지 않는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이 무섭기도 합니다.
...소설은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1943년 테헤란 회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러시아 역사에 걸친 정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이 역사에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전형적인 인간형을 반영한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닐겁니다. 상황에 따라 저항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눈감을 수 있는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완전히 납득하기가 어렵거든요.
...스노불이 말했다. '동지, 당신이 그렇게 소중히 하는 그 리본들은 예속의 상징입니다. 자유가 리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몰리는 스노볼의 말에 동의는 했지만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특권이 되고 권력이 되는 모습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소리쳤다. '동지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과 특권 의식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요? 실제로 우리 중 상당수가 우유와 사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먹는 목적은 오직 하나,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론을 학습하는 과정이 자주 등장합니다. 농작물을 키우거나 기계를 다루는 일을 모두 책에서 배웁니다. 술 만드는 방법도 책을 구입해 배우려고 합니다. 이론적인 학습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날 저녁때가 되자 나폴레옹은 다시 집무를 시작했으며 그 다음날에는 휨퍼에게 윌링턴에 가서 양조와 증류에 관한 책들을 구입해 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라는 문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삶이 고단하고, 때로 굶주리고 추위를 느끼고,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옛날에는 당연히 더 비참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 내용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것처럼 이론적인 학습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스퀼러는 돼지들은 '문서', '보고서', '의사록', '각서'와 같은 알 수 없는 것들에 매일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은 글씨로 뒤덮인 커다란 종잇조각으로 글씨가 다 채워지면 즉시 아궁이에 던져져 태워졌다. 이 일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스퀼러가 말했다. 그러나 돼지들과 개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어떤 식량도 생산해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수는 굉장히 불어났고 식욕도 늘 왕성했다...
이 책은 해설을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1984를 읽고 나서 저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오웰은 제국주의 경찰로서 겪은 버마 생활과 의용군으로 체험한 스페인 내전이라는 당대의 대표적인 정치 환경을 통해, 실천적 지성인의 면모를 갖추게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것이 문학적으로 육화되어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관계가 없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는 문학의 정치적 글쓰기에 대한 보편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