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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플레이] 도전과 혁신에 대한 갈증을 간직한 젊은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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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 6점
김재훈 카툰, 신기주 글/민음사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임 키드들이 모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까지, 넥슨 사람들 이야기'라는 소제목에서 '넥슨'이라는 회사에 대해 다루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제목에서는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창업주 김정주의 모습은 이 책에서도 도드라지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창업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이전에 '넥슨'을 다룬 다른 책과 달리 김정주가 여러 차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었지만, 여전히 책 속의 주인공은 창업주가 아니라 '넥슨'이라는 회사의 성장기입니다.


* 넥슨을 다룬 책이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박정주 게임 칼럼니스트가 쓴 '넥슨만의 상상력을 훔쳐라/비전비엔피'라는 책이 있더군요. 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직접 넥슨 내부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쓴 글이 아니라 전체적인 히스토리를 풀어낸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플에 대한 책도 마찬가지죠. 제대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은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이고 애플의 숨겨진 이야기를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파헤친 책은 '인사이드 애플/애덤 라신스키'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는 '김정주'와 '인사이드 넥슨'을 하나로 합친듯한 이미지입니다.


1990년 학부 졸업생이었던(그해 학점 미달로 졸업은 하지 못합니다) 김정주에서 2015년 여전히 새로운 친구를 찾아다니는 NXC 대표에 이르기까지 그와 함께 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전길남 박사님이 남기신 '...이 책은 인터넷과 IT의 핵심인 도전과 혁신에 대한 갈증을 20여 년 동안 잊지 않고 간직해온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단지 기업의 이야기만 담은 게 아니라, IT 세계의 고충과 기회, 역사와 전망을 두루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라는 추천사처럼 이 책은 단지 넥슨이라는 회사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넥슨이 시작된 90년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인터넷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전길남 교수님에게 미운털이 박힌 김정주 창업주였지만 2002년에는 전길남 교수님 수업 중 진행된 세미나에서 2시간가량 넥슨의 이야기를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주소에서 강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사 이야기도 다루긴 하지만 뒷부분에는 시스템과 네트워크와 관련된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앞부분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오래 전 영상이라 화질이 좋지는 않습니다.

'김정주 2002 넥슨 지난 9년간의 이야기' https://youtu.be/WGF43to30fI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 책의 단점은 사진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엔씨소프트 이야기를 다룬 '김택진 스토리/김정남'은 100쪽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마다 자료 사진이 들어가는데 이 책은 사진 한장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김재훈 님의 글과 그림이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책은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면서 각 인물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기 힘든데 이 책은 독특하게 등장인물 소개에 성격을 그대로 묘사한 캐리커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재훈 님의 글과 그림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카툰에서 처음 보았는데 어려운 이야기를 정말 쉽게 글과 그림으로 잘 구성해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카툰은 라이브러리에 소장된 책을 소개하는 카툰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library.hyundaicard.com/cartoon.hdc


'14장 세대교체' 본문 중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사이에 김정주와 오웬 마호니와 정상원과 박지원은 NDC에서 색다른 간담회를 가졌다. 넥슨의 경영진이 NDC에서 공개 대담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때 김정주는 넥슨은 지금 체크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찾아보니 당시 영상은 공개되어 있지 않고 관련 기사만 찾을 수 있네요(참고로 NDC 세션 자료와 영상은 해당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게임동아 기사를 참고하면 체크포인트 이야기를 한 건 김정주가 아니라 박지원 대표였는데 뭐 어찌 되었든 경영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류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http://game.donga.com/73469/


* 게임동아 기사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NDC 14에서 펼쳐진 김정주 – 박지원 – 오웬 마호니의 토크쇼' http://game.donga.com/73469/

...예전에 우리가 잘 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국에 돌아와서 하게 됐다. 당시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시장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을 수용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던 성장기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면 내부적으로 우리가 외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부적인 기여를 하지 못 했다고 본다. 회사의 포커스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는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라이브 게임 강화에 기울었던 것 같다. 성장에 대해 중점을 뒀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할 지 넥슨 직원과 정상원 부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의 DNA는 무엇인가. 우리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실패해도 계속 도전을 했던 우리의 문화를 돌이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은 예전과 같은 고속성장을 하는 시장이 아니고 우리의 체격도 커진 상황에서 과거의 길을 무작정 복원하는 것이 맞는 길인가? 복원한다고 잘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시기다. 과거 10년 우리가 잘 했던 것을 되살리고, 상장을 통해 얻는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도 있기에 이런 재미있는 시도와 도전을 남들보다 큰 규모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결합해서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다. 지금의 넥슨이야말로 체크포인트에 있다...


...'퀴즈퀴즈'는 넥슨이라는 회사의 틀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경영진이 개발 조직을 움직여서 기획한 게임보다 자생적으로 태어난 게임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었다. 넥슨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퀴즈퀴즈'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퀴즈퀴즈'는 넥슨이 내부에서 성공의 씨앗을 찾는 문화를 만들었다. 또 '퀴즈퀴즈'는 넥슨 안에 캐주얼 게임 DNA를 심어놓았다. 캐주얼 게임은 지금이야 넥슨의 간판 상품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만든 MMORPG 개발사라는 자부심이 더 강했다. 현실은 '리니지'한테 주도권을 빼앗긴 2등 MMORPG 개발사였다. '퀴즈퀴즈'는 '리니지' 앞으로 보내는 넥슨의 대답이었다...


* 1999년 10월 출시된 '퀴즈퀴즈'는 이 책이 출간된 몇일후인 2015년 12월 31일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졸업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네요.

https://youtu.be/q5xJeqxr50I


375페이지라는 분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넥슨이라는 회사를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넥슨을 제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넥슨뿐 아니라 엔씨소프트도 이야기해야 하고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 이야기도 좀 더 깊게 들어가야 합니다. 송재경 대표는 독립해서 자신만의 회사를 만든 이후 아직은 뭔가 많이 아쉽네요. 최근 오픈한 '문명 온라인'도 아직은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 같고요.


* 최근 송재경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와 아래 링크해봅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고갱처럼 봉준호 감독처럼 '자기 색' 확실한 게임 만들고 싶어"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10828631


* 개인적으로 지난 9월 성남시에서 주관하는 모 행사를 통해 넥슨 판교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실제 개발팀에서 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넥슨이라는 회사가 어떤 모습인지 어느 정도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보다는 카트라이더가 왜 넥슨의 상징이 되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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