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김영사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만들어서 부자가 되고 그 돈으로 우주간다는 돈자랑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을텐데 왜 그러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하여간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다 잘못된 것이었다는 ^^
살아있는 사람 그것도 최근 가장 뜨거운 테크 분야의 당사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겁니다. 저자인 애슐리 반스가 2년 동안 취재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저자 후기에 넣지 않았어도 충분히 예상할만한 일입니다. 거기에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성격의 인물과 같이 뭔가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솔라시티 등 다양한 기업의 이야기를 책 한권에서 소개하려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비슷한 분량으로 테슬라 모터스만 다룬 책이 나오기도 했네요. 일론 머스크가 관여하고 있는 기업이 독립된 기업이긴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서로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돈벌이를 위한 그런 순환이 아니라 기술이나 생태계 측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각 기업과 기술에 대한 어느 정도 상세한 내용을 다루긴 하지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책을 살펴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은 어찌되었든 일론 머스크의 공식 전기니깐요.
책을 읽는 중에 국내에 테슬라가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얼마 전에는 팔콘 9이 무사히 1차 발사체를 지상에 착륙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국내 진출은 일단 제주만 진출하고 모델E가 주력 차종이고 대략적인 가격대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단독]새해 테슬라, `모델E`로 한국 제주만 진출...제주서 2200만원에 산다
http://www.etnews.com/20151223000412
...테슬라가 한국에 ‘모델E’ 출시를 확정함에 따라 한국 기업 위주 전기차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전기차종은 가격이 비슷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차이가 난다. 한국 출시 전기차는 대부분 4000만원 전후반 가격으로 한번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120~150㎞ 수준이다. 반면에 ‘모델E’는 320㎞까지 주행한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24~27㎾h이지만 ‘모델E’는 48㎾h급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의 타 회사 전기차에 비해 두 배가량 더 달릴 수 있다...
스페이스X 로켓 회수 왜 중요한가…"발사비 10분의 1로 감축"(종합)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2/22/0200000000AKR20151222141651009.HTML?input=1195m
...미국 경제전문 블룸버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현재 스페이스X가 우주선을 우주로 내보내는 데 쓰는 비용은 건당 6천만 달러(약 704억원) 정도다. 스페이스X는 추진체를 회수하는 기술이 완숙기에 접어들면 비용을 건당 600만 달러(약 70억4천만원) 정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의 머스크와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조스가 펼치는 억만장자 자존심 대결이 저비용 기술개발의 동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11월 뉴 세퍼드 로켓을 100㎞ 상공까지 쏘아 올렸다가 고스란히 수직으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대기를 돌파해 우주 궤도에 화물을 올려놓는 스페이스X의 성취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 빛이 바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성취한 기술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접하는 새로운 소식에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게 기술의 진보를 지켜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본문 중에 기관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나름 체계적인 관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는 비슷하군요.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규제 기관과 상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규제 기관이 규칙을 바꾸는 데 동의했다가 불상사가 생기면 경력에 오점이 남습니다. 반면에 규칙을 바꾸었다가 좋은 일이 터지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정말 불공정하죠. 그래서 규제 기관이 규칙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겁니다. 결과가 좋아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다가 결과가 나쁘면 크게 처벌을 받으니까요.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테슬라에서 일론 머스크의 존재는 좀 애매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테슬라가 존재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생산하면서 대중에게 전기 자동차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그것도 미국 자동차 산업과 국제 금융시장이 붕괴하는 등 불가능한 상황에서 쾌거를 이루었다. 머스크가 순수한 의미에서 테슬라의 설립자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머스크의 돈, 마케팅 기술, 교묘한 전술, 공학 지식, 불굴의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테슬라도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머스크 덕택에 존재할 수 있었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설립자의 개성을 반영하듯 머스크의 개성을 나타낸다.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인 마크 타페닝도 같은 취지의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일론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휠씬 멀리 테슬라를 끌고 나갔습니다"...
* 우연히 본 영화에 어디선가 많이 본 배우가 등장했는데 누군지 생각이 안나더군요.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 이름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아 그 사람이 ~~
http://www.imdb.com/title/tt2002718/
* 번역서 제목은 좀 아쉽네요. 원래 제목은 'Elon Musk: Tesla, SpaceX, and the Quest for a Fantastic Future'입니다. 아마 마지막 문구를 살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 미래의 설계자는 좀... 테슬라는 아는데 일론 머스크는 모르는 독자도 있으니... 국내에서는 일론보다는 엘론 머스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