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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바다의 기별]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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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 8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김훈 작가의 에세이와 강연, 소설 등의 서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다양한 글이 한 곳에 모아져 있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부는 기행문에 가깝고 일부는 작가의 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져 있습니다.


'회상'에는 '칼의 노래' 첫 문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가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해서 남해안으로 내려왔더니 그 두 달 전에 원균의 함대가 칠천량에서 대패해서 조선 수군은 전멸하고 남해에서 조선 수군의 깨진 배와 송장이 떠돌아다니고 그 쓰레기로 덮인 바다에 봄이 오는 풍경을 묘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버려진 섬이란 사람들이 다 도망가고 빈 섬이란 뜻으로, 거기 꽃이 피었다는 거예요.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소설은 몽매해집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의미의 시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본문 140쪽)


조사 하나로 이렇게 정서가 달라진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말과 사물'에서는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서정성은 인정하지만 포괄성이나 개념을 규정하는 힘은 약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http://www.noblesse.com/v3/nvzine/View.do?articleId=9926


* 김훈 작가의 책은 대부분 절판되어 도서관이 아니면 구해보기가 힘듭니다. 이런 책은 두고두고 되씹어봐야 하는데 말이죠.


* '광야를 달리는 말'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는데 그 중에 김승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음 책은 김승옥의 '무진기행'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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