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술 품평회 같은 보도 자료를 보면 "후미"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술을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아있는 향이나 맛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영어로 하면 "After taste"라고 쓰더군요. 하지만 술(와인, 사케, 전통주 등)보다는 커피 쪽에서 후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 합니다.
커피 테이스팅에서는 "후미"를 평가할 때 마시고 난 후 몇 분 후에 남는 맛이나 향이라고 아예 정의를 해서 평가자마다 개인적은 느낌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합니다.
한자 표현 없이 "후미"라고 하면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뒤 말을 보면 대충 뜻은 알 수 있지만 그 의미가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뒷맛이라고 하면 "後味"가 맞을 듯 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입에서 느끼는 맛"이라고 설명하며
일본어사전에서는 비슷한 의미지만 "일이 지난 다음의 느낌((흔히 나쁜 경우에 쓰임))"으로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관용구처럼 "後味が悪い 뒷 맛이 좋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주로 쓴다고 합니다.
다른 한자는 "厚味"입니다. "고량후미 膏粱厚味"을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기름진 음식. 진한 맛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독특하게 이 표현은 동사로도 사용합니다. 문헌 상에서는 "後味"보다 오히려 "후미하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듯 합니다. 뜻을 모르고 들으면 순우리말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뒷맛의 다른 표현으로 "전영(雋永)"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제월당집(霽月堂集)" 역주에 "전영(雋永)은 음식의 맛이 감미로워 뒷맛이 오래도록 남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하지만 雋永 역시 뒷맛을 대표하기보다는 깊은 맛 또는 질좋은 고기를 의미하는 것이라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대동여주도에서 진행하는 한국술 품평 자료를 보면 후미에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blog.naver.com/prnprn/222174585180
- 입안에서 느껴지는 후미는 가볍고 부드러우나 여운은 길지 않다 (5/3)
- 신선하고 깔끔하고 미세한 탄산의 느낌 상쾌 (5/5)
- 남는 향이 매우 좋다. 다만 단맛이 조금 불편하다 (5/3)
- 잔 맛이 없어서 좋다 (5/4)
- 달달함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기분 좋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피니시가 길다 (5/4)
일단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합니다. 후미는 어떤 것을 평가하자는 기준이 없으니 탄산의 느낌까지 후미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탄산의 느낌이 후미로 남았다면 정말 대단히 잘 설계된 음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목넘김 시에 탄산의 느낌이 상쾌할 수는 있지만 뒷맛으로 그것이 남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단맛에 대한 평가도 개인 취향입니다. 물론 평가자의 개인 취향이 반영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단맛을 싫어하는 평가자는 단맛이 나는 술은 다 낮은 점수를 받겠죠.
일본의 기쿠마사무네 사케 같은 경우에는 드라이한 맛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맛이 남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신 '여운이 남는 맛'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네요 (한국어 페이지가 따로 있습니다)
그 맛은 강하고 야성미가 느껴져 입안에 단맛을 남기지 않고 개운하게 넘어가는 드라이한 맛을 내는데, 이 맛이야말로 본류의 드라이한 맛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감칠맛 성분을 천천히 끌어내기 때문에 향기의 폭이 넓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기모토 양조법 특유의 '여운이 남는 맛'도 자랑입니다.
https://www.kikumasamune.com/kr/
さて日本酒の場合、甘口のお酒は、お酒自体の甘みが後味にも残り、料理によっては邪魔をすることがあります。これに対し、クセがなく、飲み飽きしない淡麗辛口は、後味に甘みが残らず、料理の味を損なうことがないばかりか、逆に料理が欲しくなるお酒と言えます。
단맛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요리와 함께 할때 뒤에 남는 단맛이 요리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름진 중국 음식이나 서양의 육류와 같이 하는 술과 다르게 드라이한 맛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죠.
이렇게 보면 후미는 술을 만들 때 의도한 대로 나오는지가 문제이지 후미가 좋다 나쁘다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