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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품격 - 8점
이용재 지음/반비

뭔가 많이 적긴 했지만, 짧은 시간동안 읽은 때문인지, 뭔가 아쉬운 책입니다. 작가의 블로그를 좀 살펴봐야지 하고 계속 미적미적거리고 있네요. 시간이 된다면 이전에 쓴 책도 살펴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약식동원이 딱히 나쁜 개념은 아닙니다. 오래 전에는 지금처럼 약국에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던 시절은 아니었으니 꼭 필요한 것이겠지요. 
...음식은 음식이고 약은 약일 뿐이다. 약은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 먹는 것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효 성분을 추출 및 농축해서 만들어진다. 약을 맛이나 즐거움을 위해 먹지 않는다. 따라서 약식동원은 음식에서 맛과 먹는 즐거움을 빼앗아가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개념이다. 둘의 세계는 확실히 구분돼야 한다...

어린 시절, 가끔 먹을 수 있는 들기름의 맛은 지금도 잊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그 맛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밥의 단맛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정말 잘 지은 밥은 단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단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구요.
...밥, 즉 탄수화물을 씹어 나오는 단맛을 참기름으로 채우고 간장과 와사비로 깎는다. 끝없이 되풀이 할 수 있다. 계속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름의 중독성이 있으니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과 명성이 완전히 허황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다. 뜯어보면 나름의 논리로 저비용 고효율의 맛을 낸다. 소위 가성비 좋은 맛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식당에서도 중식당의 음식 나누는 방식을 사용하곤 하더군요. 젓가락과 공동체 의식에 대해서는 사실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디서 인용이 되는건지 찾아봐야겠네요.
...젓가락을 이용해 음식을 같이 먹는 문화가 정확하게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엄밀히 따지자면,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놓을 뿐이지 각자가 먹는 시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식탁에 같이 앉은 이가 음식을 가져가는 행위에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음식을 같이 나누는 과정이 수반되지도 않는다. 반면 중식당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방식을 생각해보라.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더는 동안은 '나누는 행위' 자체에 주의를 기울인다. 젓가락을 쓰지 않는 서양식 또한 가정식이라면 나눔의 순간이 존재한다. 각 음식을 한데 접시에 담은 다음, 나눠 먹는 형식을 취한다. 서로 접시를 돌리거나 먼 데 있다면 가져다주기도 한다. 요컨대 젓가락과 나눔은 상관이 없다...

Photo by Jakub Kapusnak on Unsplash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죠. 손을 빌리는 것이 좋다고 하기보다는 개성이 있다고 할까요.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다양성을 가진다고 할까요? 물론 앞으로 개인화에 대한 기술이 늘어난다면 기계에서도 손맛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요.
...효율이 필요한 맥락에서 기계 또는 기술의 힘을 빌리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니다. 음식에 대한 선입견으로 무조건 손을 거쳐야 좋다고 착각하지만, 틀렸다. 대량생산에는 그에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감미료를 직접 비료처럼 뿌린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 세상은 믿을 것이 없다는
...스테비아(stevia)같은 대체 감미료도 당도를 높이는 데 거든다. 단맛이 설탕의 200배인 국화과 다년초 허브를 가공, 가루로 만들어 퇴비와 섞어 땅에 뿌리고 작물을 심는다. 한편 액체 비료도 작물에 직접 뿌린다. 감미료를 뿌리는 셈이다. '친환경 농법'이라 통하지만 목표는 결국 당도의 향상이다...

가성비에 대해서는 다른 제품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존재 자체가 반가운 누군가의 지속적인 응원만이 답일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산 치즈를 사본다. 소규모 개인 생산자의 제품 말이다. 한국 식문화의 다양성을 감안한다면 존재 자체가 반가울 수 있다. 그래서 손을 뻗지만 실제로 반기기는 어렵다. 가격과 품질 사이의 불균형 탓이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 결국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 아닌가...

가격이 문제일까요?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걸까요?
...그래서 문제다. 너무 싸면서 의외로 마실 만하다. 그러니 패권을 쥐고 넘겨주지 않는다. 다른 선택지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설상가상, 이런 도수와 부피가 맞물린 소주가 지배하는 지평이 두주불사형의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또 악화한다...

대중화된 한국 음식은~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한국 음식이 다 달달한 것은 아니지만, 
...술 없이도 기본적으로 한국 음식은 달다. 지나치게 달다. 술로 단맛의 켜를 굳이 덧씌울 이유가 없다. 때로 단 음식과 민속주가 더해지면 양식 코스 끝자락의 맛을 식사 초장부터 느낀다. 단맛 위에 단맛을 겹친, 디저트와 짝 맞추는 와인의 조합 같은 맛이다...

한국술에 대해서는 페어링이라는 말이 조심스러운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횟집에서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딱히 어울리는 조합은 아닙니다. 저자의 말처럼 맑은 술이 반주로는 적절하긴 하죠. 막걸리도 맑은 술에 가깝게 감미료를 쓰지 않고 깔끔한 술은 반주로 괜찮긴 합니다.
...한국의 음식은 '범벅'이라는 묘사가 어울릴 만큼 양념이 압도적이다. 매운맛과 단맛 위주인 반면 지방이 부족한 양념이다. 따라서 풍성함은 부족함 가운데 매운맛과 단맛이 찌르고 파고들어, 날카로운 여운을 길게 남긴다. 그러므로 술의 역할로서는 견제가 이상적이다. 술이 맛의 여운을 자르고 씻어줄 수 있어야 한다. 달지 않고 도수가 낮아 가벼운 것이 좋다. 또한 탁하기보다 맑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신맛의 여운도 겸비할 수 있으면 좋다. 한식 밥상에서 가장 지배적인 존재인 김치를 비롯, 발효로 얻은 신맛과 맞서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술이 있다. 정답이라서가 아니라 정확하게 답을 비껴가기 때문이다. 막걸리 말이다. 도수는 높지 않지만 걸쭉하고 탁하다. 단맛이 꽤 두드러지지만 깨끗하지도 않다. 입병 및 출시 이후에도 계속되는 발효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아스파탐 계열의 감미료 탓이다. 쓴맛과 단맛이 각각 불쾌하면서 비효율적인 지점에 얽혀 있다. 그 탓에 현재의 한식과 최악의 궁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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