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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8점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Mid(엠아이디)

대학 시절에 재료공학과 친구들이 있었는데 '재료공학'이라는 학문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혼자 생각으로 식품재료 같은 것을 연구하는 걸까 싶었습니다. 저 같은 무식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에는 '신소재공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군요.


저자가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것이 바로 그 재료공학(재료과학 materials science)이라고 합니다. 재료과학이라는 것은 '재료의 기본요소가 되는 원자의 구조와 결합, 결정의 완전, 불완전 구조, 상평형 등의 기본적 개념과 기계적 성질, 전자기적 성질, 광학적 성질에 대한 기초 개념'을 배우는 것이라 합니다. 별로 재미없고 지루해보이죠. 기초과학 분야가 다 그렇죠.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이라는 부제처럼 과학 이야기라고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재료과학의 정의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책이 어렵다는 것은 아무래도 과학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이 책에는 10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아래에 있는 사진이 항상 에피소드 처음에 등장합니다. 

...나는 우리 집 지붕 위에서 찍은 내 사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책의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로 했다. 사진에서 물질의 이야기를 풀어낼 열 가지 재료를 골랐다. 각각의 재료에 대해 그것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요인이 무엇인지 풀고자 애썼고, 그 안에 숨은 재료과학을 밝혀냈으며, 그것을 만든 놀라운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그게 왜 중요한지를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



아마 잠실 주변에 살고 있는 분이라면 멀리 보이는 건물을 보고 저거 삼성동에서 찍은 거 아니야~라고 의심할지도 모르겠네요. 저건 잠실롯데월드타워가 아니라 '기초적인:콘크리트' 에피스도에 등장하는 '더 샤드(The Shard)'라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310미터로 요즘 올라가는 초 고층건물에 비하면 작은 높이지만 영국 내에서는 랜드마크 중 하나라 합니다.


번역서에는 재료의 이름을 각 에피스도 제목으로 실었지만 원서는 아래 그림처럼 사진과 형용사 제목이 묘하게 어우러지게 구성했습니다. 2장의 번역서 제목은 '미더운: 종이'입니다.



형용사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길기 때문에, 재료에 관한 우리의 문화도 복잡하다. 금속을 보고 감탄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금속에 대해 싫은 감정을 품을수도 있다. 재료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에서 각 장의 제목으로 삼은 다양한 형용사는 완벽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개인적인 선택으로, 각각의 장은 개인적인 관점으로 기술됐다. 우리는 모두 재료의 세계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책의 장들은 그저 나의 예일 뿐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 구성 방식도 무척 독특합니다.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플라스틱' 에피소드에서는 영화 각본과 해설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아쉽게도 영화를 보지 않아 플라스틱 에피스도가 가장 읽기 어색했는데 영화를 다시 보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자인 마크 미오도닉은 이 책 출판 이후 여러 차례 강연을 했고 일부가 유튜브 영상으로 올려져있습니다. 대부분 영어로 진행한 강연이라 필요한 분들은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 중에서 TED Edu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간단한 에피소드가 한국어 자막과 함께 올려져 있습니다. 제목은 'Why is glass transparent' 입니다. 4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지만 유리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원자 이야기까지 요약해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http://ed.ted.com/lessons/why-is-glass-transparent-mark-miodownik



책 표지에 커다란 금박으로 넣지는 않았지만 빌 게이츠가 리뷰를 남긴 책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책 리뷰를 한달에 1-2개 정도 올리는데 이렇게 올라간 책은 '빌게이츠 추천책'이라는 타이틀로 홍보되기도 합니다. 작년 3월에 리뷰를 남긴 책이 국내에서 '위험한 과학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면서 저자 이름보다 큰 글씨로 '빌 게이츠 추천'이라는 타이틀이 들어갔더군요.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비슷한 시기인 작년 5월에 빌 게이츠가 리뷰를 남긴 책입니다. 그럼에도 출판사에서는 그 유혹을 물리치고... 책 이야기로만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뭐 블로그에 빌 게이츠의 리뷰를 번역한 정도는 소소한 마케팅이라 볼 수 있죠.


[빌게이츠 추천] 면도날도 이전처럼 보이지 않을 겁니다. 

http://blog.naver.com/bookmid/220677000465

https://www.gatesnotes.com/Books/Stuff-Matters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몇 가지 현상에 대한 답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치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말감이라는 이름도 이상한 물질이 어떻게 발견되고 사용되었는지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아말감이 없었다면 무척이나 심각한 고통을 겪어야 했더군요. 초콜릿을 먹는 제대로 된 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매일 오후와 밤에 초콜릿을 강박적으로 먹는다. 내가 플레이크 광고를 봐서 받은 세뇌의 결과인지 또는 심리적인 중독인지, 혹은 북유럽의 교육법이 가져온 성적 억압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설명은, 초콜릿이 우리가 만든 가장 위대한 공학적 창조물 중 하나라는 사실에 감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맛있는: 초콜릿' 에피소드에 등장한 플레이크 광고는 유튜브에서 다양한 버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돈나 에반스의 광고도 올라온 영상이 있네요.

https://youtu.be/6mYr90nCFZE

https://www.cadbury.co.uk/products/Flake-2384?p=2384



* MID 출판사 이벤트로 참여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bookmid.com/bbs/board.php?bo_table=midevent&wr_id=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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