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읽자

[김동현의 멘탈수업] 예능인이라는 선입관은 버려주세요

반응형
김동현의 멘탈수업 - 8점
김동현 지음, 김대환.정용준 정리/인간희극

사실 김동현 선수는 그냥 뛰어난 파이터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이 책 역시 직접 구매한 것은 아니고 모 스포츠 브랜드 이벤트로 받은 책이라 그냥 인기있는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간에 원고 정리를 김대환 해설위원과 정용준님이 해주긴 했지만 김동현 선수 스스로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UFC 파이터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잘못된 선입관을 가졌던 스스로에게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스포츠 경기는 모두 언젠가는 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UFC 파이터는 좀 더 처절하게 패할 수 있기 때문에 멘탈강화라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연말이 되면 각 기관, 기업에서 인사때문에 술집이 가득차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술로 풀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멘탈을 강화하고 사전에 자신이 어떤 처지에 처해질 수 있다는 준비를 한다면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결과에 대해 미리 확정 짓고 그 다음 단계를 가정해 멘탈을 만드는 것은 깨진 콘크리트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내가 어떤 특정 기술을 써서 이긴다는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가정해버리고 멘탈을 만들었을 때, 만약 그 기술이 먹히지 않는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시합 중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돌발상황에 대해 미리 어느 정도 생각해둔다면 그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꼭 이런 상황이 벌어질 테니 난 이렇게 대처해서 승리할테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2011년 UFC 195 경기에서 카를로스 콘딧에게 패배한 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이것이 KO구나"하고 느꼈을뿐 오히려 담담했다. 이제는 알고 있다. KO로 진다고 해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맞은 상황에서 시합은 끝난 거니까 두려워해봤자 변할 건 없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니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타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고 개운한 기분마저 느낀 것이다. 내 격투기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패배지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 멘탈 스킬을 이용해 다음 시합에 대비하기 위한 '보약'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해당 경기는 UFC 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qc.ufc.com/media/UFC195-Free-Fight-Condit-vs-Kim



...멘탈을 더 강하게 만들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자신감을 확립하려면 이를 키워줄 수 있는 절대적인 체력과 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만 얻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경험도 필수다...

...멘탈은 열정을 가지고 힘겨운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지 노력 없이 모든 걸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만능약'은 아니다...


STUN GUN이라는 별명이 있지만 예전에는 매미킴이라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나름 자신만의 전략이 아닐까 싶었는데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을 수 있고 UFC라는 것이 승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익 사업이라는 점에서는 김동현에게 불리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조언을 해주었던 모로오카 회장이 고맙게 느껴졌겠네요.

...판정으로 이기는 건 프로가 아니다. 그건 니 경기를 보려오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오히려 멋있게 KO를 당하는 게 나아. 항상 KO로 이겨라. 그것이 니가 선수로서 멋있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야. 지금처럼 해선 발전이 없어. 앞으로도 판정으로 이길거면 차라리 여기서 그만두는 게 낫다. 그게 프로다!...


...반면 나는 '화끈함의 상징'인 UFC에서 화끈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상대의 등에 딱 달라붙어 유리한 포지션을 점유하는 안정적인 시합을 지향했다. 결국 팬들도 나를 '매미'라 부르며 놀려댔다. 그렇게 조금씩 '퇴물'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신적인 압박에 휩싸이며 은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


...독자들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케팅 업무만 해봐서 영업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든가 "나는 학교에서 공부한게 문학이라 회사엔 맞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절망의 끝, 벼랑 끝에서 내가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승리할 수 있는 멘탈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수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절실함과 집중력이다. 승리하기 위한 절실함이 생기면 이를 이뤄내기 위한 집중력이 생긴다. 끈기 있게 집중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시합에 대비하면 승리하는 멘탈이 형성된다. 집중한다는 건 승리하기 위해 시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생각해보고 이에 대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복해서 생각하며 만일에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악조건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시합을 준비하며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시합에 대해 매일 고민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과 아무 생각 없이 시합장에 오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 사이엔 큰 차이가 있을 거다. 그것이 절실함과 집중력, 멘탈이 주는 효과다...


이 책이 나온 건 2014년 8월이고 헥터 롬바드와의 경기가 마지막에 언급되었는데 그의 부상으로 인해 랭킹 4위의 타이론 우들리로 상대가 교체되었습니다. 김대환 해설위원이 덧붙인 말에는 그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마 시합 준비를 들어가기 전에 원고가 전달되었고 대전 상대가 바뀐 다음에는 김동현 선수가 직접 수정할 여유는 없었을 겁니다. 아쉽게도 우들리와의 경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28일 Fight Night Seoul에서 도미닉 워터스를 상대로 1R TKO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스타 선수의 뭐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선입관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물론 잘 쓰여진 책은 아닙니다. 나름 편집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 대한 어색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잘 담겨져 있고 어찌되었든 지금 내 자리에서 작은 응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싸움은 결국 90%가 멘탈 싸움이고, 나머지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바스 루튼(Bas Rutten)

* 바스 루튼 외에도 많은 이들이 언급한 이야기라서 바스 루튼이 처음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만큼 멘탈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