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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꼭 '스마트하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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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벨로퍼 플러스

2008년 아이팟 터치를 처음 구매하려고 종로에 있는 매장에 갔을 때 전시되어 있는 제품을 보고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친절한 말과 화살표 아이콘까지 제공되었지만 당시에는 의식적으로 처음 시작하는 다른 버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부분을 계속 찾아봤다. 결국에는 옆에 있던 점원의 도움을 받아 실행해 볼 수 있었고 왠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매장에 오기 전에 여러 자료를 보며 아이팟 터치의 기능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조사를 마쳤던 터였다. 심지어는 탈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심도 있게 살펴봤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해 보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다양성이 스마트한 삶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기존의 휴대전화는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어느 정도 익히고 최신 유행하는 게임만 한두 개 유료로 다운로드하면 더 이상 특별하게 고민할 것이 없었다. 다른 단말기와 기능상 큰 차이는 없었고 그 중에서 쓸만한 기능들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그만 화면 속에서 가끔 책을 읽기도 하고 신문을 보기도 하지만 생활 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었다. 다양성에 대한 고민 말이다.

비록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아이팟 터치를 처음 만나고 나서 다양한 앱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매일 새로운 앱을 설치해 보고 즐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새로운 앱을 찾기보다는 MP3 플레이어 대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분명 매일 새로운 앱이 쏟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둔감해졌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빠르게 달려와서 모든 의지를 불태워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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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MP3 플레이어로 전락한 아이팟 터치를 보며 집에 있는 공구상자가 생각났다. 가까운 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있을 만한 것은 다 있는 그런 멋진 녀석이었다. 왠지 나만의 작업실에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집에 있는 다양한 가구를 손질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공구 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구(드라이버나 망치 정도)는 따로 신발장 위에 가져다 놓았고 공구상자는 창고 어딘가에 감춰져 있다. 무슨 보험을 들어놓은 것도 아닌데 평생 동안 한 번도 써볼 일이 없을 공구를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스마트폰(또는 스마트한 디바이스) 자체는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양성을 던져주기 때문에 한번 구입하고 후회하는 스마트폰과 맞지 않는 비유일지도 모르고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중독의 위협을 스스로 방어하는 장치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더라도 자신의 삶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나 즐겨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동일하지 않은 '마법상자'

물론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며 삶을 좀 더 스마트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다이어트나 영어공부 방법이 모두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스마트폰 라이프도 모든 이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생활 속에서 어떤 스마트폰이 적절한지를 누군가 챙겨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작은 마법상자는 모두에게 동일한 것은 아니며, 때문에 지금 삶이 스마트하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나를 위한 마법상자는 어딘가에 다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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