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나 의료 기기 등 몇몇 산업군에서는 상당히 많은 테크니컬 라이터가 일하고 있음에도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같은 경우에는 테크니컬 라이터가 아니라도 기술 문서를 작성하고 블로그 등에 게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산업군은 공식적인 문서가 아니면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규제 때문이죠. 그냥 막 맘대로 글을 쓰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발표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발표 내용은 좀 뒤죽박죽이라 딱 뭔가 정해진 주제가 애매하긴 합니다. 그냥 이런 산업군에서 이런 어려움도 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네요.
Brainlab은 독일 뮌헨 기반의 의료기기 업체입니다. 6명의 테크니컬 라이터가 있구요. 다른 기술 분야와 다르게 출신이 좀 색다릅니다. 법학, 언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시스템 엔지니어, HR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규제가 어느 정도 있는 곳이라면 이런 특징이 좀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6명 경력을 모두 합치면 75년이라고 했는데 대략 20년 차에서 2년 차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문서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이 담겨져야 하지만, 관련 규제에 의해 문서의 시작은 지루한 규제 사항이 담긴 챕터로 채워집니다. 그리고 더 복잡한 것은 각 지역마다 관리하는 규정(FDA, MDR 등)이 다르고 제품을 출시할 때 승인되는 기능 목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형태의 문서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각 기관에서 승인된 용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면 문서 내에 표현도 각각 달라져야 합니다.
2021년 유럽에서 MDR(Medical Device Regulation)이 도입되면서 이에 대한 규정을 문서에 반영했어야 하는데, 그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으며 계속 규정에 대한 해석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이버 보안 문제는 이전에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중요한 이슈로 올라왔습니다. FDA 규정에 따르면 이에 대한 책임은 의료기기 제조 업체에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업체 쪽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사용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 외에도 규제가 생기면 바로 문서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SBOM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SBOM은 국내에도 2027년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다르겠으나 최근 SKT 보안 문제 때문에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빠른 시작 가이드 같은 문서를 만들수도 있는데, 같은 내용이 기본 가이드 문서에 포함되어있어야 합니다. 다른 내용이 포함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사용자들은 기본 가이드는 라면 받침(발표자는 컵홀더라고 표현을)으로 사용하고 빠른 시작 가이드는 코팅된 형태로 제품에 부착해서 바로 참조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문서 작성 프로세스가 독특한데 R&D에서는 독일어로 문서를 작성하고 문서팀에서는 영어로 문서를 작성합니다. 때문에 문서에 대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것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3 Regulate This- Holly Mick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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