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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투명인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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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8점
성석제 지음/창비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이 순서 없이 서로 등장해서 "나"라고 하는 통에 처음에는 스토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나"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서지요. 물론 몇 장 넘기다보면 패턴에 익숙해지고 "나"가 누구인지 알 수 있지만 말이죠.


도입부에서 이건 무슨 히어로물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전형적인 근대사회를 그린 소설입니다. 시대적인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더군요. 


...나는 매년 아내에게 누룩을 발로 디뎌 만들게 했다. 그 누룩에 내가 수확한 좁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섞고 탁주로 걸러서 마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아내가 탁주를 만드는 일은 절대 그만두지 못하게 했다. 빚을 내서라도 탁주는 빚어 마셔야 했다. 탁주를 마시지 못하면 힘이 나지 않아 일을 할 수가 없고 일을 하지 못하면 아예 온 식구가 굶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운리에서 제일 잘산다고 했지만 우리 집에서도 쌀로만 지은 하얀 밥을 먹는 일은 일년에 두번의 명절과 할아버지, 아버지의 생신 때 말고는 드물었다. 산에서 나무를 지게 높이의 두배는 더 되게 해가지고 걸어서 이십리 넘는 장터까지 나가서 팔면 쌀 두되 정도 받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쌀은 그만큼 비쌌다. 논에서 나는 쌀 삼년치를 모으면 논을 살 수 있다고 했을 정도였다...


...평소에 그리 사이가 좋지 않던 마을 어귀 달성이 아버지까지 오빠 칭찬을 했다. 어머니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서 아버지가 마시던 좁쌀 탁주를 독째 들어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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