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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시가 내게로 왔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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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6점
김용택 지음/마음산책

아마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는 1편이라는 이름이 없었을텐데 MBC 느낌표 23회에 선정되면서 시리즈가 출판된 듯 합니다. 지금은 5편까지 나왔네요.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필사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시인이 좋아하는 시와 함께 시인의 짧은 감상을 담아놓았습니다. 시라는 것이 시어 자체로 읽히기도 하지만 시인을 아는 경우에는 같은 시어라도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집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시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군가 좋은 시를 모아서 펴낸 시집을 읽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시집을 쭉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인이 있다면 찾아 읽으면 되니깐요.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와닿은 시 2편을 소개합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뀌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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