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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시인 동주]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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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 8점
안소영 지음/창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3월부터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관심만큼 영화 <동주>는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윤동주와 그 시절을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고 보았습니다.

영화 <동주>는 시인으로서 윤동주의 삶보다는 그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주인공인 동주보다는 친구인 몽규가 더 돋보였으니깐요.



하지만 안소영 작가의 <시인 동주>는 시를 쓴 윤동주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소설이지만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뒷면에 적은 참고자료가 몇페이지에 이를 만큼 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역사적인 사실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시인의 마음을 그려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영상으로는 이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글을 읽으면 머릿 속에 시인의 모습이 어른거리는데 막상 이를 영상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네요.

...동주는 시를 종이 위에 쓰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이 별로 없었다. 마음에 고이는 생각들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다가, 어느 순간 넘실넘실 차올라 오면 언어로 빚어 몇 번이고 입 속에서 되뇌고 공글리며 운율을 입혀 보다가,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 비로소 노트 위에 단정한 글씨로 또박또박 써 나갔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될 때까지, 동주의 마음속에서는 무수한 격랑이 일건만 좀처럼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윤동주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로 갈라집니다. 평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결과를 보고 만들어지는 것이라 그렇죠. 지금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물론 이 책이 역사적인 사실만으로 그린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시인의 마음을 그려내고자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쓰건 혼신을 힘을 다해 진실하게 그리면, 그리고 그 진심이 읽는 이에게 전해지면 순정하다, 순수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내면에 치중하건, 그를 둘러싼 아픈 현실을 그려 내건...... 순수는 작가가 먼저 정해 놓은 작품의 성격의 아니라, 읽는 이의 가슴에서 비로소 느껴지는 것 아닐까?...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의 길이라면, 가지 않으리라. 감투와 명성을 탐하고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자들이 문인이라면, 되지 않으리라. 하나의 시어를 찾기 위해 수없이 버리고 취하는 연마의 과정이 저렇게 쓰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으리라...


세상이 좋아져서 표도르 샬라핀의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군요. 위키에서 그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시인 동주가 들었던 것과 같은지는 모르겠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Feodor_Chaliapin

...동주가 특히 좋아하는 음반은, 러시아의 위대한 베이스 표도르 샬랴핀의 것이었다. 샬랴핀의 저음에는 광활한 복국의 침엽수림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 소리가 담겨 있었다. 고향 북간도의 겨울이 느껴지기도 하는 목소리였다. 한때 볼가 강의 배 끄는 노동자였다는 샬랴핀이 어깨 근육을 움직이며 불렀을 '볼가 강의 뱃노래'나, 러시아 농민 반란군 지도자를 노래한 '스텐카 라진'은 몇 번이고 레코드판을 돌려 가며 들었다. 샬랴핀의 저음에 취해 있으면 진규도 옆에 다가와 '스텐카 라진'의 한 소절을 발을 구르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예전에 정지용 시인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윤동주 시인과 정지용 시인이 이렇게 연결되 건 몰랐네요.

...시인 정지용은 동주의 시집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일제 헌병들은 동 섣달에도 꽃과 같은, 얼음 아래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조선 청년을 죽이고 제 나라를 망치었다. 

일제 시대에 날뛰던 부일문사 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뱉을 것뿐이나, 무명의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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