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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마흔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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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 8점
구본형 지음/휴머니스트

이상하게 인연이 없는 작가가 있습니다. 구본형님도 어쩌면 그런 분입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이 묘한 인연을 만드네요. 마침 딱 필요한 조언들이 쏙쏙 담겨져 있어서 부담스럽긴 합니다.

제목처럼 마흔 살이라는 나이가 계속 등장합니다. 작가처럼 고민해본적은 없습니다. 물론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고민을 해야했지만,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좀 무력하게 살아도 되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사람들은 외부를 변화시키는 것에 무력해진다. 그들은 자신을 믿는 대신 더 힘이 센 다른 사름과 제도의 힘에 의존하게 된다. 타인에게 의존함으로써 노예가 된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서는 여성들은 이때 깨어난다. 여성의 마흔살은 남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남자는 마치 지는 해처럼 시들지만 여자들은 뜨는 보름달처럼 절정을 향해 달린다...

...유머는 일종의 여유와 휴식이다. 40대의 중년도 사회에 불만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분노를 표시할 수 없다. 그들 자신이 바로 그 무능하고 부패한 권위체계의 일부이며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싸울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을때 유머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진지하고 소극적이며 전통적인 사람들은 여전히 한 직장에서 옛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지내고 싶어했다. 그들은 회사를 사랑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성실하고 책임감 깊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회사의 부담이 되고있었다. 회사는 이들보다 더 빨리 변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것은 지우개와 같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리움을 지우며 의미를 지우고 생각을 지운다. 바쁘다는 것은 사람을 그저 움직이게 한다. 먹이를 나르는 개미처럼 한없이 움직이게 한다. 경제라는 본능에 따라 프로그램이 된 것처럼 낮도 밤도 없이 움직이기만 한다. 똑같이. 이 지겨운 반복적 소모를 '일한다'라고 부른다...


하지만 마흔 살은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이 될 수 있을겁니다. 작가처럼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잘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네요.
...마흔 살은 오래 끓어 걸쭉해지기 시작한 매운탕이다. 바야흐로 인생의 뼛속 진국이 우러나오는 시기다. 마지막 젊음이 펄펄 끓어오르고, 온갖 양념과 채소들의 진수가 고기 맛에 배고 어울리는 먹기 딱 좋은 시절이다...

...회사를 나올 때 내 나이는 마흔여섯이었다. '사오정'을 막 지나 아주 평균적인 시기에 나온 셈이다. 회사가 나에 대해 지루해할때 쯤, 그리고 내가 회사에 대해 지루해할 때쯤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마흔을 넘어서는 그 위험한 시기에 나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거을 찾고 싶었다.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한때는 공부를 더 해볼까도 고려했지만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을 읽고 분석하며 해석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것을 가지고 싶었다. 박사라는 사회적 인증의 과정과 틀은 내게 아무런 흥분도 주지 못했다. 전문가는 학위와 자격증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과거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끊임없는 자기학습에 의해 날마다 새로워질 뿐이다.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중간중간 언급됩니다. 세일즈와 마케팅 비유는 정말 적절합니다. 작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는 다른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무척 흥미로운 비유입니다.

...마케팅은 유혹이다. 달콤해야 하고, 향기로워야 하며, 엄청난 새로움에 대한 약속을 흘려야 한다. 유혹은 올가미고 덫이다. 사냥은 창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짐승에게 덤벼드는 것만이 아니다. 온몸에 쥐가 날 때가지 숨어서 기다리다 덮치는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다. 덫과 올가미를 놓고 걸려 있는 짐승을 향해 다가가는 것도 사냥의 한 방법이다. 세일즈가 도망치는 고객에게 달려들어 창을 꽂는 것이라면, 마케팅은 짐승이 다니는 길에 온갖 화려한 미끼를 주렁주렁 단 덫과 올가미를 놓아두는 것이다...


...세일즈와 달리 마케팅은 아주 적극적인 수동성이다. 사람들이 찾아낼 수 있도록 곳곳에 꽃을 피우고 향기와 매력을 뿌려두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은은함이며, 숨겨져 있음이며, 힌트며, 감각적 포착이며, 눈빛이다. 아주 작은 나라는 소우주로부터 또 다른 세계로 쉬지 않고 시그널을 보냈다...


배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책읽기과 글쓰기 이야기는 삶의 방향을 정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서 두 시간동안 글을 쓴다고 합니다.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많은 글을 읽고 쓰는 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웠다. 내 생각치고 오리지널 내 생각이라는 것이 있을까? 문화는 처음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차례를 보고 몇 장 넘겨보면 매력을 살살 풍기는 책들도 있다. 나는 그런 책들을 본다. 그러나 그들이 쳐놓은 사유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걷듯 본다. 나는 단번에 매혹시키는 도약을 즐긴다. 물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도약을 만들어 놓은 책을 애써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눈으로 책을 본다. 이미 마흔이 넘은 사람이다. 이미 삶의 웬만한 구석들은 혀로 핥아본 사람이다. 저자의 권위에 눌려 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해한 것을 생활 속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도 바쁜 일인데, 언제 그들의 중언부언을 들어줄 시간이 있겠는가?

단칼에 내 심장을 찌르지 못하는 자들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그들의 책을 펼쳤을 때 운명처럼 심장을 찔리게 되면 그때가 그들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명성이 자자한 책이라도 그 명성 때문에 보지는 않는다. 흘러간 시대의 흘러간 흔적이 지금 나를 깨우지 못한다면 나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다...


앗. let it go. 설마 겨울왕국 ㅎ

Let it go 라는 표현이 뭐 새로운건 아니니..

 

 

...자제와 절제라는 방법보다는 내 마음이 흐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Let it go! Let it go! 둑을 세워 마음의 흐름을 모아두지 않고 그것이 흐르도록 하고 싶었다. 나는 선하고 아직 그 선함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생겨나는 열정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 커다란 파도 같은 힘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글쓰기는 우선 모방이다. 많은 글을 읽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두루두루 알아보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사업가들은 그것을 정보를 얻는다고 표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은 그것을 책읽기라고 부를 뿐이다.

모방할 때의 요령이 두 가지라는 점에서도 사업과 글쓰기는 일치한다. 얼마나 많이 모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감동하느갸가 중요하다. 사업이든 글쓰기든 가슴이 설득당하지 않고는 자신의 철학이나 깨달음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글쓰기에 미치는 감정의 힘은 말할 것도 없고, 경영자들 역시 자신의 머리로 이해한것만 가지고는 경영의 일선에서 활용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네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깐요. 1900년대 파리를 묘사한 영화를 보면 지금이 얼마나 풍족한지 알 수 있지만 가난과 부유함의 기준은 어떻게 보면 마음가짐이니깐요.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생활고나 가난 때문이 아니다.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늘 가난과 부유함이 같이 있곤 했다. 가난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그저 누가 부유하고 누가 가난한가의 문제에서 내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가 개인적 관심사였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내 시간을 돈벌이에 더 많이 쏟아붓는 것은 내 방식이 아니다.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난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아주 평범한 진리, 한 달에 3천만 원을 가지고도 못 사는 사람이 있고 300만 원을 가지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다...


* 교보도서관으로 읽은 두 번째 책인데 생각보다 대출 기간이 짧고 연장이 되지 않아 불편하네요. 뭐 반납하고 다시 대출하면 되긴 하는데 그럼 책갈피 정보가 다 날아가버리니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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