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세계 명주가 익어가는 오미로제

반응형

자전거 국토종주길을 따라 이화령만 넘어가면 맛난 문경 약돌 한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화령에 올라갔을 때 이미 체력을 다 소진했다면 휴게소에서 일단 뭐든지 먹고 가게 됩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내리막을 지나가면 문경 한우 타운은 그냥 휙 지나가 버리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화령 휴게소에서 한우를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화령 휴게소에는 도토리 묵밥, 떡국, 라면, 카레밥이 있습니다. ㅠㅠ)


하여간 그렇게 문경새재 큰 문을 지나가서 조금만 가면 오미나라라는 독특한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배를 채웠으니 간판만 보고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오미나라가 어떤 곳인지 몰랐으니 그냥 지나가 버린거죠.


* 나중에 블로그에서 보고 확인했는데 자전거 거치대도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http://blog.naver.com/egono/209704573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했다. 오미나라는 자전거여행자들이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와이너리 구경도 하고 와인 시음도 하고... 



오미나라는 주류 회사에서 다양한 주류 제조 경험을 했던 이종기 대표가 1990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헤리엇 와트 대학원에 양조학을 공부하러 갔다가 부끄러운 경험을 하고 나서 세계가 인정할만한 명주를 만들겠다고 결정한 후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헤리엇 와트 대학은 전 세계 유일의 양조증류학 MBA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고 하네요.

http://www.hw.ac.uk/schools/life-sciences/undergraduate/brewing-distilling.htm


http://www.design.co.kr/section/news_detail.html?info_id=59083&category=000000000002

...그때 그가 준비한 한국의 대표적인 약재 침출주인 인삼주를 주임교수가 시음하더니 농담 한마디를 던졌단다. “이 술은 허브 향도 있지만, 조미료 맛이 지배적인 것 같군.” 그 말이 이 교수에게는 자극제가 되어 명주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늘 마음속에 품게 된 것이다...

...샹파뉴 지방 에페르네에 있는 샴페인 연구소에 오미자 원액 샘플을 보내고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기 위한 발효가 가능한지에 대한 답을 기다렸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 답변이 없었다. 결국 홀로 연구에 매진하던 어느 날 오미지만을 위한 특별한 자연 효모를 발견해냈다. 이 교수는 우선 오미자 주스를 만들고 자신이 발견한 효모균을 이용해 1차 발효를 했다. 고급 스파클링 와인이 매우 드라이하다는 것에 착안해 오미자 주스 속 모든 당분이 제로가 되도록 1년 반 동안 1차 발효를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스파클링 와인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바로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완성시키는 것. 그는 효모와 설탕을 넣고 2차 발효에 들어갔다. 그러고 다시 1년 반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 결심은 입구에 잘 새겨놓았습니다. 오미나라 블로그를 보면 저 문구를 새길 당시의 대표님 생각도 살짝 드러나 있더군요. 하지만 간판부터 건물, 내부까지 전체적인 디자인 일관성은 좀 아쉽습니다.


http://blog.naver.com/egono/205764308

...오미나라의 상징물, 오크탑이 완성되었다.

술 향기 그윽한 천년주막 세계명주가 익어가고 있네...



오미나라는 문경 오미자 복합체험공간이라고 합니다. 입구에 안내 데스크가 아예 따로 있네요. 인터넷에서 예약 후 방문할 수도 있고 바로 입장도 가능합니다. 체험 상품은 시음할 오미자 와인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http://www.omyrose.com/shop_goods/goods_list.htm?category=02000000

- A 타입 - 와이너리 투어 + 스틸 와인 시음 : 3.000원

- B 타입 - 와이너리 투어 + 스파클링 스페셜 와인 시음 : 5,000원

- C 타입 - 와이너리 투어 + 스파클링 프리미엄 와인 시음 : 7,500원

- 나의 오미로제 만들기 - 20,000원

나의 오미로제 만들기는 투어 + 와인 병입 체험 + 와인 라벨 + 시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룹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제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방문한 경우에도 스탭에게 물어보시면 친절하게 이야기해주시지 않을까 싶네요 ^^



오미나라에서 만드는 와인은 오미자를 주원료로 만듭니다. 오미자는 산도가 포도와 비교했을 때 4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도로 만드는 와인보다 제조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네요. 기본 발효 기간만 18개월 이상이라고 합니다. 기본 발효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발효/저장 탱크에서 진행합니다.



발효과정이 끝나면 스틸 와인은 오크통에서 1년 정도 숙성을 하고 스파클링 와인은 병에 넣어 18개월 이상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오미자 매입 단가가 포도보다 5배 비싸다고 합니다. 전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간까지 생각하면 오미자 와인이 포도 와인보다 비싸다고 할 정도는 아니죠.



마지막 작업은 클린룸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거의 사례가 없다고 하네요. 클린룸은 경북 지역 지상뉴매틱 주식회사에서 연구 개발 후 기증했다고 합니다. 원래 클린룸은 반도체, LCD 장비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나 들어본 것인데 식품을 생산하는 공장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막걸리 양조장 중에는 창녕 우포의 아침, 화성 배혜정 도가 등에 클린룸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http://www.jeesang.co.kr/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208/e20120822164957120420.htm

..."반도체 공장 등에 사용되는 클린룸용 장비를 중소 식품제조공장에 적용시켜 국민들이 각종 식재료를 안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경북 구미공단의 자동화기기 업체인 지상뉴매틱 지상근 사장은 22일 자사의 클린룸용 유니트를 기존 전자 관련 업종에서 벗어나 식품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이너리를 가는 길에 보르도와인 아카데미 교육팀장 김지수 님의 책을 읽었는데 마침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 장면까지 읽어서 오미나라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과정이 더욱 신기했습니다. 오미나라에서도 뿌피트르가 있지만, 수작업으로 운영하기는 힘들어 전시용으로만 볼 수 있고 실제로는 기계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를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하얀 곰팡이가 핀 동굴의 벽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니 어두운 그곳에는 크레멍이 되기 위해 2차 발효가 진행 중인 와인들이 이미 병에 담겨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병들 안에선 지금 거품과 탄산가스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기본이 되는 와인에 설탕과 효모를 첨가해 밀봉한 거죠." "발효가 끝나면 이 상태로 얼마나 두나요?" "12개월 정도죠."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들어서니, 크레멍이 담긴 병들이 '뿌피트르Pupitre'라고 불리는 여러 개의 구멍 난 A자 모양의 나무 지지대에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르뮈아쥬Remuage군요?"

샹파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외워 둔 덕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45도씩 일일이 직접 돌려 주죠. 사람이 직접 작업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비싸고 많은 수고가 들어가요." "요즘엔 기계로 돌린다고 하던데요?"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지로파레뜨Gyropalette라는 기계에요."...

소믈리에, 그 꿈을 디캔딩하다 / 김지수 / 엠북스

* 샴페인은 영어식 발음이고 샹파뉴라고 하네요. 병내 가스 압력에 따라 6bar 이상은 샴페인, 3bar 정도는 크레멍, 1-2.5bar는 페티앙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수성 단계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면서 효모 찌꺼기가 쌓인다고 합니다. 이를 병구 쪽으로 모이게 해서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르뮈아쥬 또는 리들링riddling라고 합니다. 실제 모여 있는 찌꺼기를 보여주셨는데 저장고가 어두워 사진이 잘 담기지 않더군요. 같이 방문했던 장희주 기자님의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겁니다. 그냥 맨눈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아서 뒤에서 강한 라이트를 비춰 확인해주셨습니다.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2/2015101201153.html


제품으로 정식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코냑도 생산한다고 합니다. 코냑은 개인 회원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 형식으로 생산됩니다. 2차 증류를 거치면 60~70% 정도 코냑이 생산된다고 하네요. 오미나라에 있는 증류기는 순동으로 만들어졌고 국내에 딱 2대가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1대는 홍천 예술 양온)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은 와인 자체를 만드는 건 아니고 오크통에 담긴 숙성된 와인을 병에 담는 작업입니다.

- 오크통에서 병에 와인 담기 (생각보다 양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 재미. 너무 많이 담으면 코르크 마개를 막을 때 넘쳐버린다는)

실제 공정은 클린룸에서 이루어집니다.

- 코르크 마개 막기 (코르크 충진기를 사용합니다. 마치 시골에서 쓰던 펌프같이 생겼습니다).

- 커버링 (열 수축 캡슐을 넣고 수축시키는 작업입니다.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3초 정도만 가열하면 딱 고정이 되네요).

- 라벨 인쇄 (오미나라에서 찍은 사진을 라벨에 붙일 수 있습니다. 단체인 경우에는 단체 사진을 넣을 수 있고 개인 방문인 경우에는 개인 사진을 넣을 수 있습니다).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까지 마치고 시음장으로 들어갑니다. 시음장은 천년주막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오미나라가 위치한 곳이 예전 주막터라고 합니다. 오미나라 입구에 '진안리 성지'라는 표지가 있는데 최양업 신부님이 옛 주막에서 임종하였다는 구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http://www.koreanmartyrs.or.kr/shrine_view.php?num=19



저가로 구매하는 샴페인은 대부분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천연탄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기간동안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가격을 맞출 수는 없다는거죠. 스파클링 와인을 개봉할 때는 45도 정도 기울여서 개봉해야 한다고 합니다. 탄산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 기울여서 개봉하게 되면 '피식' 소리만 나며 멋있게 개봉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와인을 잔에 따르고 비울 때까지 계속 탄산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연탄산만의 특징이라고 하네요. 단맛도 진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담겨 있는데 오미자가 가지고 있는 단맛을 끌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오미나라는 2013년 개관했습니다. 그전에는 문경시 가은읍에 공장이 있었는데 이전을 했다고 합니다. 이전 당시 국비지원을 받아 준공되었다고 합니다.



* 이종기 대표님은 오미나라 대표이면서 충주의 술 박물관 리쿼리움 관장이기도 합니다. 술에 대한 책도 쓰셨는데 미리 알았다면 사인을 받아놓았을 텐데 ^^

http://www.liquorium.com/


http://www.koreasool.or.kr/modules/bbs/bbsView.php?id=10&page=1&&code=bbs_history&view_type=&keyword=&field=&xid=

...1980년 맥주회사를 시작으로 26년간 ‘술’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술이 좋아 2005년 충주에 술박물관 ‘리쿼리움’을 세웠고, 2008년 우리술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술’에 관한 지식을 후학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2007년부터 영남대에 출강을 했고, 2010년부터는 한경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술로는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윈저17’ 등 잘 알려진 것만도 10여종이다. ‘술을 알면 세상이 즐겁다’ ‘이종기 교수의 술 이야기’ 등 ‘술’에 관한 책도 5권이나 쓸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술 전문가로 꼽힌다...


* 문경새재 도립공원 입구에 특산물 판매장이 있는데 오미로제를 만나니 반갑네요.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