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와인이 왜 전통주인거지

반응형

찾아가는 양조장 여섯 번째 탐방은 파주 산머루농원입니다. 엇. 양조장이 아니라 농원이라구요. 음. 정확하게는 '산머루농원영농조합법인'입니다. 줄여서 그냥 산머루농원이라고 부르더군요. 창립자인 서우석 회장이 1977년 파주에서 흑염소를 방목으로 키우다가 야생 산머루 군락지를 발견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머루 재배 단지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월간 상업농경영 327호

...탐스럽게 익은 산머루를 맛본 서 회장은 “야생 상태에서 이렇게 탐스럽고 맛있는데 사람 손이 가면 보다 많은 산머루를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산머루가 잘 달린 12주의 나무를 평지에 옮겨 심었다. 이후 열심히 돌봐서 1주도 죽이지 않고 살렸지만, 정작 산머루는 한 송이도 열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서 회장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곳에 알아봤지만 당시에는 산머루를 연구하는 기관이 없어 애를 먹었다...

http://www.iadi.or.kr/news/articleView.html?idxno=709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된 술을 만들거나 약주, 막걸리를 전통주라고 하는 것은 뭐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와인을 만드는 곳이 전통주라는 것은 좀 낯선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살펴보면 주세법 3조에 의하면 전통주에 대한 정의로 아래와 같은 항목이 있습니다.

다.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제3호에 따른 농어업경영체 및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 또는 시·군·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및 그 인접 특별자치시 또는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된 원료로 하여 제조하는 주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제조면허 추천을 받은 주류


산머루농원은 1995년 농림부에서 전통식품 업체로 지정을 받고 1996년 과실주 제조면허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1997년 첫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산머루농원 홈페이지에서 일부 제품을 택배로 구매할 수 있는데 일반 와인이 아니라 전통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산머루농원에서 초기에 나온 제품을 보면 와인보다는 전통주처럼 포장된 패키지가 보입니다. 옆에 있는 와인잔만 없었다면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전통주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http://www.seowoosuk.com



전통주로 인정을 받으면 다른 수입 와인이나 수입 과실로 만드는 과실주와 달리 50% 세금 감면을 받습니다. 역시 주세법 22조에 정의되어 있는 내용이죠.

전통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출고 수량 이하의 것에 대한 세율은 제2항에 따른 세율의 100분의 50으로 한다. 


/p>

하지만 기본적으로 과실주에 부가되는 세율(30%)이 높기 때문에 감면을 받더라도 높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지역 과실주 제조 단체가 세금 때문에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지서경 와인산업팀장도 "보통 농가형 와인 출고가격이 1병에 1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원료비 4천500원에다가 세금, 인건비, 시설물 감가상각 등을 합쳐 타산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민속주에 한해서라도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4/0200000000AKR20150914159600064.HTML


88년 서우석 회장은 새농민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기사를 보면 87년에 머루즙 가공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과실주는 1997년부터 생산했지만 머루즙은 1987년부터 생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서회장님의 부친이신 고 서정래님이 제1회 새농민협동상을 받으셨다고 하네요.


경향신문 88년 8월 13일자


경향신문 66년 9월 21일자


산머루농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머루즙, 머루잼 등 일반 식품과 함께 머루주, 머루와인을 판매합니다. 머루주와 머루와인은 딱히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데 아마도 숙성 기간에 따라 제품명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머루주는 도수가 12%이고 머루 78.5%에 주정이 첨가됩니다. meoru de se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머루 와인은 도수는 스위트가 12%, 드라이가 13.5% 이고 드라이인 경우에는 머루 100%로 만들어집니다. 라벨에 빈티지가 따로 표기되지는 않는데 기사를 참고하면 2006년이라고 하네요. 지금 판매되는 제품은 9년 숙성된 제품이죠.


...이곳의 와인에는 머루 드 서(Meoru De Seo)라는 라벨이 붙어있다. 2대째인 서충원 대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넣어 품질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산머루는 당도가 높고 압착이 쉬워 즙을 내 가공하기 적합한 과일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산머루 와인은 모두 2006년에 빚은, 9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숙성된 고급 와인이다. 프랑스나 이태리 와인이라면 15만 원 이상을 호가할 것이다. 그만큼 산머루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http://food.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11/2015031102503.html


빈티지에 대한 표기가 따로 없고 라벨에 since 1979라는 표기만 있어 일부 사이트에서는 1979가 빈티지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http://www.vivino.com/wineries/sanmeoru-159516/wines/meoru-de-seo-2014


* 체험 신청은 개인, 단체로 구분되며 웹사이트에서 바로 신청,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와이너리 투어는 3000원이며 오후 2시, 4시 두 차례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 와인 만들기, 머루 체험 등은 비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http://www.seowoosuk.com/front/php/newpage.php?code=9

청도와인터널은 그 자체만으로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산머루농원은 숙성터널이라는 이름답게 순수하게 숙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도에 가보신 분들은 산머루농원에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국내 과실주 시장은 1974년 정부가 정책적으로 생산 진흥 정책을 펼쳤는데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인해 대부분 제조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안되는 거죠. 지금 남아있는 브랜드는 마주앙 정도일겁니다. 90년대 들어와서 산머루농원처럼 차별화된 재료와 기술을 가지고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http://hrd.rda.go.kr/


http://hrd.rda.go.kr/


* 다음 뉴스펀딩에 연재되었던 '그녀들은 왜 양조장을 덮쳤나?'에서도 와인과 전통주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주세법과 별도로 다른 측면에서 조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3화. 와인, 사케는 뭐, 전통주 아닌가요?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605

...철마다 절기마다 술을 빚어 나누고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미풍양속으로서의 전통주와 와인이나 사케, 맥주처럼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서의 전통주.

이 둘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면 전자는 지방마다, 마을마다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 지역색을 살린 문화관광 콘텐츠로서 후자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현하여 대중에 널리 유통되고 수출 가능한 산업의 역군으로서,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서로 윈윈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고유의 방식이지만 수입 밀로 빚은 막걸리, 지역특산물로 만든 와인이 각자의 개선으로 전통주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