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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래프 아시아에서 배운 프로세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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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디벨로퍼 플러스

4일간의 시그래프 아시아 서울 행사가 끝났다. 그래픽 전문 분야를 다루는 컨퍼런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이고 국내에서도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일반인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행사였다. 2011년은 11월에 홍콩에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그래프 아시아의 명성에 걸맞게 유명한 발표자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개막식 특별강연은 맥라렌(McLaren)의 프랭크 스티븐슨(Frank Stephenson)이 초청됐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BMW 미니 쿠퍼를 비롯한 명차들을 디자인했으며 최근에는 하이엔드 디자인을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강연 중 인상적인 내용은 전통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는 스케치 -> 디자인 선별 -> 클레이 모델링 -> 디자인 선별 -> 디지털 모델링의 단계를 거치게 되고 엔지니어는 클레이 모델링이 끝나고 나서 참여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맥라렌은 디자인 스케치 단계부터 엔지니어를 참여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런 형식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많은 선도적인 기업에서 제시하는 부분이지만 엔지니어의 참여로 인한 제약에 대한 딱 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맥라렌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바로 엔지니어가 디자이너만큼 크레이지한(마땅한 표현이 없어 그대로 옮긴다)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디자이너와의 협업에서 극한의 창의력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왠지 맥라렌 자랑 같지만 임의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간의 협업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시그래프 아시아 2010 전시장 안내


그리고 특별 세션 시간에는 루카스아츠(LucasArts) 싱가포르에서 게임과 TV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루카스아츠는 2007년부터 싱가포르 스튜디오를 시작했고 직원 중 70%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이며 한국인 엔지니어도 다수 종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싱가포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지만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두 가지 원칙이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하루 중 공유 가능한 2시간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가능한 명확하게 일을 처리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빡빡한 일정 내에 작업이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컨셉아트를 바탕으로 디렉터와 작업자가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건축에서도 비슷하게 예전보다 건축물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단순 도면만 가지고 설명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작업 진행에 따라 건축 모형을 다시 제작해 작업자와 설계자가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태양광이 건축물에서 중요한 경우에는 3D 그래픽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의도를 설명하기도 한다. 어느 기술 분야든 커뮤니케이션을 종이 한 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뢰이다. 특히 원거리 협업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요한 이슈가 된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프로세스의 개선만으로 수많은 retake(영화 제작 시 재촬영을 의미. 그래픽 작업에서 다시 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루카스아츠에서는 디렉터가 직접 CG를 조작할 수 있는 툴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retake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해주었음)을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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