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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지사(至射)는 쏘지 않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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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10점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다섯수레

얼마전 공지영의 '고등어' 에 나온 산월기 이야기를 하면서
2008/07/23 - [책을읽자] -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이야기

산월기의 원본을 한번쯤 보아야지 하고 무심코 주문을 해버렸답니다.
이 책은 산월기를 포함한 2편의 단편과 2편의 중편(제자와 이능(李陵))을 엮은 책입니다.
저자인 나카지마 아츠시의 대표작 모음집이지요.

산월기는 일본교과서에 실릴정도로
대표적인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40년대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로
바라보았던 몇 안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1920년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와서
중학교까지 다녔으며 그 이후에 일본에서 국문학과를 거쳐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문교사인 아버지와 한학자인 조부의 영향을 받아
작품들중에서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라 합니다.

한국판에서는 맘이 내키시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이철수 화백이 삽화를 그렸고
신영복 교수가 추천과 감역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93년도 초판에 2004년 개정판을 내고 계속 책을 접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명인전은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는 이야기인것 같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이야기네요.

지위(至爲)는 행하지 않는 것이고, 지언(至言)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고, 지사(至射)는 쏘지 않는것이다.
과연 사물에 대한 이해가 빠른 한단 사람들은
곧 수긍했다.
활을 잡지 않는 활의 명인은 그들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기창이 활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않을수록 무적이라는 평판은 점점 더 널리 알려졌다.
.......
아아 선생님께서...고금에 무쌍한 활의 명인이신 선생님께서 활을 완전히 잊으시다니!
아아.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그후 한단 땅에서는 당분간 화가는 붓을 감추고
악사는 비파의 현을 끊고
장인은 줄과 자를 손에 쥐는 것을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 명인전 중에서

워낙 신영복 교수의 서문이 잘 소개가 되어있어서
오히려 책을 읽기전에 서문을 접하는 것은 책을 읽는 과정에 방해가 될 수 도 있습니다.
그부분은 스스로 잘 판단하시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번째 이야기인 제자에서 나온 공자의 이미지는
얼마전 맹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묘사되었던 공자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2008/06/18 - [책을읽자] - 순임금과 도척의 차이

마치 그 제자인 자로와 맹자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떠오르네요.

책의 제목이 된 역사속으로...는 서문에 나온 이야기를 따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인간은 역사 속에서 걸어나오고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 서문 제목

* 산월기에 대한 정보중 낭독CD 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호랑이가 된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으로 미묘한 감정일것 같습니다.
소개된 블로그에서는 '겁많은 자존심과 크기만한 수치심으로 점점 인성까지 잃고 마침내 산에 숨어 버린 남자. 회한과 슬픔으로 가득한 이징의 목소리를 연기한 코니시 상의 목소리는 근래 들은 낭독/드라마 시디들 중 가장 가슴을 울리지 않았나 싶다' 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한번쯤 들어보고 싶네요. ㅎㅎ

[朗読CD]「山月記」2006/07/19
http://razin.tistory.com/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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