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문서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찾아서

반응형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찾아서

투비통 2016년 9월 http://tobetong.com/?p=6570


여름이 시작할 무렵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포켓몬 고(Pokémon GO)’라는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날까지 국내 뉴스에서 ‘포켓몬’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기사가 1,000건 미만이었는데 한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8,000건에 이르는 관련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포켓몬 고’ 서비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속초처럼 국경과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자체까지 나서서 ‘포켓몬 고’라는 게임을 띄워주고 있습니다. 나름 게임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에서는 왜 이런 서비스가 나오지 못한 것이냐는 논평이 쏟아지며 정부에서는 관련 기술 분야에 수백억 원대 투자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의 열기가 뜨거웠을 때도 비슷한 풍경을 본 것 같습니다.


http://www.pokemongo.com/



히트다 힛! 포켓몬을 쫓는 심리

포켓몬은 1996년 게임 소프트웨어로 처음 출시됐고 게임이 히트를 하면서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카드 게임 등으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주인공과 동료들이 여행하면서 몬스터볼을 사용해 포켓몬이라고 불리는 몬스터를 포획하고 라이벌과 경쟁하는 것입니다. 포켓몬을 수집하고 키우는 것이 기본 개념이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포켓몬이 추가되면서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750여 종의 포켓몬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포켓몬 게임이 처음 등장했던 1996년 게임 시장은 일본 게임 제작사 캡콤에서 출시한 ‘바이오하자드(バイオハザード)’와 같은 초창기 3D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게임은 화면으로 보이는 효과보다는 친구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게임기를 연결해 포켓몬을 교환하거나 대전을 할 수 있는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흑백 화면에 8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이미지는 다른 게임에 비하면 보잘것없었지만,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재미에 열광하게 했던 것입니다. ‘포켓몬 고’라는 게임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홀로렌즈(Hololens)’에 비하면 기술적으로 최신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포켓몬이라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포켓몬 고’와 관련해 다양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중앙일보에 실린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속초까지 달려가 작은 화면 속에 몬스터를 잡겠다고 방황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재미는 긍정적 경험이고 의미는 경험을 초월하는 가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편안함을 넘어 새롭고 흥분되는 경험을 찾게 되고 위험하고 힘들어도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이런 심리는 단지 게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창조적 가치를 찾아서

기업용 업무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간혹 개발자를 공장의 조립 라인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화면을 찍어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정량적인 성과를 요구합니다. 물론 요구사항이 명확하게 모든 요구사항이 개발 프레임워크에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런 조건을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만족했다면 벌써 개발자의 자리는 로봇이 대체했을 겁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화면을 찍어내는’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개발자들이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은 개발자 고유의 개성이 살아 숨 쉬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창조적 노동’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계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회사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개발자 사이의 간격 때문에 개발자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죠. 어떻게 보면 주어진 프레임워크의 범위를 벗어나는 요구사항은 거절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자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새롭고 흥분되는 경험에서 가치를 찾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경계와 한계를 넘어

투비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제품 개념의 변화에서도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3년 초 출시한 마이플랫폼은 웹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컴포넌트를 조합해 빠르게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필요한 컴포넌트를 바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다른 제품에 비해 빠른 성능과 속도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출시한 넥사크로플랫폼은 자바스크립트 기반의 통합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기존 제품의 편의성만 활용하지 않고 업무 환경에 따라 기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을 생각하면 미리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업무 환경을 생각하면 기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경계나 한계를 뛰어 넘어선 가치를 추구하는’ 개발자의 본질에 더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왜 ‘포켓몬 고’가 나타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과 콘텐츠를 끼워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켓몬은 1996년 등장했을 때 제작자의 머릿속에는 아마 지금의 ‘포켓몬 고’와 같은 모습을 그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 당시에는 기술적인 제약으로 못했던 것이고 이제 다른 회사의 기술과 더해져 그 꿈에 한발 더 나아간 것입니다. ‘포켓몬 고’는 일본 게임일까요? 아니면 미국 게임일까요? 넥사크로플랫폼을 기반으로 기능을 확장한 애플리케이션은 넥사크로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일까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일까요? 그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다양한 기술과 문화, 새로운 경험을 아우르는 통섭(通涉)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로봇이 개발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넥사크로플랫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발자들이 탄탄하고 안정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거들뿐입니다.


참고자료

[블로터] MS ‘홀로렌즈’ 시판…335만원

http://www.bloter.net/archives/260946

[중앙일보] 재미도 의미도 없는 지옥을 팔 수 있나?

http://news.joins.com/article/20382899

[ZDNET Korea] 개발자를 위한 10가지 철학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6022208393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