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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타임스 발언대 2014년 2월 10일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021102012269746001


`전편만 한 속편 없다'는 징크스를 깨고 10% 이상의 시청률을 끌어내며 방영됐던 `응답하라 1994(tvN, 2013)' 마지막 편은 삼천포 역을 맡은 김성균의 해설로 시작됐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 받은 세대였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멋진 시절을 살아온 청춘에 대한 예찬으로 이어져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


글쓴이 역시 기술 문서를 만들고 다듬는 일을 맡고 있고 대부분 업무를 컴퓨터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타자기로 찍은 서식을 등사기로 밤새 밀었던 경험부터였다. 컴퓨터가 나타나면서 타자기는 어느새 창고로 밀려나고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다루면서 종이로 출력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책상 위에는 종이 뭉치 대신 디스켓 상자가 놓였다. 문서를 작성하고 어딘가에 파일로 저장하는 행동은 공간이나 도구의 변화는 있었지만, 형식은 변하지 않았다. 타자기로 문서를 두드리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지만, 문서를 파일로 다루는 것은 여러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이 변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생각은 지난해 웹 브라우저에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온라인상에서 문서를 편집하는 도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존 오피스 소프트웨어에서 작성된 문서와 호환되며 다양한 서식까지 제공해 일반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 자체는 달라진 것이 없다. 반면에 새롭게 도입한 소프트웨어는 이런 경험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문서를 하나의 파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조각으로 나누어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글을 파일이 아닌 단락 단위로 관리한다. 하나의 문서지만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자신이 맡은 부분을 편집할 수 있고 같이 사용하는 단락은 필요할 때 끌어다가 쓰고 있는 글에 포함할 수 있다. 작성된 모든 내용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 서식이 적용된 문서를 생성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형식도 다양하다.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 태블릿 기기에 최적화된 형식을 지원한다. 따로 작업하거나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없이도 사용자가 원하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식을 활용할 수 있다. 문서의 콘텐츠를 나누면서 파일이라는 개념이 사라져버리면서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형태의 문서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기업 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업무 시스템도 비슷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없다. 변화를 위해 기업에서 사용자 경험(UX)을 고민하지만,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혁신에 이르지 못한다. 사용자 경험의 적용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잠재된 가치를 찾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용자가 시스템을 사용해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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