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신 정주영, 수성의 신 이건희 - 6점
이상훈 지음/머니플러스

정주영, 이건희 회장을 비교한 책은 많지 않습니다. 나이도 비슷한 이병철 회장과 비교한 책이 더 많죠. 하지만 정주영, 이병철 회장은 비슷한 점이 많아 저자 입장에서는 뭔가 색다른 비교가 하고 싶었나 봅니다. 물론 빈손에서 기업을 이뤄낸 정주영 회장과 든든한 자본을 뒤로 기업을 이뤄낸 이병철 회장은 다르겠지만 말이죠.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아보자는 것이지, 밟아온 길에 대한 칭송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평가와는 별개로 읽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초창기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면서 엔진 수리나 교체 등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게 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벤처 붐이 일어나고 기회가 여기 저기 놓여져 있지만 도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진 여러 번의 경험 덕분에 일단 하고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군 부대에서 건설업자의 계약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곤 그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받는 수금맥은 한 번에 고작 30~4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건설업자들은 무려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을 받아가고 있었다. 젊은 정주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땀 흘린 노력이 아닌 업종의 차이로 받는 돈의 대가가 그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놀랐다...


1974년 한국 반도체를 인수하고 1986년까지 삼성은 2,000억원이라는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인수를 주도한 본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 졸이는 시기였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뒤에 그룹과 자본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겠지만...

...불황 속에서 라인 증설, 이것은 삼성의 승부수였고, 여기에 가장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 이건희였다. 이병철이 고민하고 있을 때 이건희가 과감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며 곧 경기가 회복된다고 아버지를 줄곧 설득한 것이다. 결국 이병철은 이건희의 견해를 따랐고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이 바닥에 있을 때 일시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결단이야말로 성공의 비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희 회장은 요즘같은 시대에 더 빛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뭔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면 어떤 식으로 이걸 풀어냈을까라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건희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기계광이다. 그의 서가엔 경영학 서적보다 전자, 항공, 우주, 자동차, 엔진 공학, 미래 공학 관련 책이 더 많다고 한다...


간혹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도 드러납니다. 물론 사례에 대한 보충 설명이긴 하지만

...사장이라면 직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되, 통제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론에만 치우쳐 모든 것을 자율에 맡겨서는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은 많이 다르다. 직원들이 위임받은 업무를 꼼꼼히 이행하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일이 끝난 다음에는 제대로 처리했는지 또 점검해야 한다. 위임한 후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런 위임은 근무 태만과 다를 바 없다. 항상 미세 관리를 통해 업무를 제대로 통제하고 장악해야 한다. 회사 일을 원격 조정하는 정도의 미세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메기론은 여러 곳에서 언급되는 내용인데 그에 대한 반론도 많습니다. 생물학적인 접근을 제외하더라도 이런 방법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겁니다. 뭐가 맞다 아니다라는 것은 판단하기 힘들죠.

...특히, 선친 이병철이 수시로 강조했다는 메기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꾸라지를 키울 때는 한 쪽에 메기를 놓아야 통통하고 싱싱한 미꾸라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메기론의 핵심이다. 거대 그룹의 회장으로서 수십만 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과 의무감은 신중한 성품의 이건희를 항상 경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테다...


정주영 회장은 사소한 것을 신경쓰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관리했다고 합니다. 배움은 부족했지만 현장에서 모든 것을 흡수할 것처럼 열정적으로 파고든 덕분일겁니다.

...혹여 작업장에서 나사못 하나라도 줍게 되면 왜 여기에 떨어져 있는 지를 묻고 조사하는 등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검토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따져 본 뒤에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하는 습관이 배여 있었다...

...저는 소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문을 누구보다 열심히 읽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글자 하나 빼놓지 않고 신문을 열심히 읽는 사람은 아마 저 밖에 없을 겁니다. 정치, 사회, 문화면은 물론이고 광고까지 다 읽었지요. 신문에는 문필가, 철학자, 경제학자, 종교학자 같은 유명 인사들의 글이 매일 실리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다 나의 스승입니다. 아무리 명문 대학을 나오면 뭘 합니까? 저만큼 신문 열심히 읽은 사람은 없을 테니 실력으로 따지자면 명문 대학보다 신문 대학 출신이 한수 위지요...

...현장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가 학벌이라는 껍데기에 집착하는 경쟁자를 누를 수 있었다. 당시 건설부 장관은 일본 공영의 의견을 들었다. 그래서 콘크리트 중력 댐을 받아들일 것을 박정희에게 제한했지만 결국 사력 댐이 채택됐다. 현재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일수록 과거 경력에 집착한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그대로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지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떤 일을 하든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알려진것처럼 몰입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은 경영자 뿐 아니라 업에 종사하는 누구나에게 필요한 것이죠. 물론 이렇게 올라오기가 쉽지는 않은데 많은 경영자는 그런 점을 안타까워하죠. 왜 그걸 못하는건지 이해를 못하는~~

...그는 경영자라면 항상 업에 대한 핵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생명체이고, 생의 주기도 과거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나 빨라지고 있다. 편집광에 가까울 정도로 몰입하고 방향성을 고민하지 않으면 어느새 시장의 흐름을 놓친다. 이건희는 그런 장인다운 철저함을 경영진에게 요구했고, 수시로 체크했다...


...CEO라면 수익을 끌어올리자, 1등을 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말뿐만 아니라 그 원론적인 방향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스며들어 있는 말을 해야 한다. 바둑을 둘 때 한창 접전이 일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엉뚱하게도 포석 차원에서 다른 지역에 돌을 둘 수 있다. 이것은 접전 지역에서 얻는 이익보다 다른 지역을 선점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클 것 같은 경우에 두는 수다. 현재의 접전 지역에서 승리하더라도 그만그만하다고 판단될 경우 블루오션을 찾아 새로운 수를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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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열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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