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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찾아가는 양조장 - 홍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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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찾아가는 양조장 투어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예술입니다. 독특한 양조장 이름만큼이나 술 이름도 흥미롭습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술은 '만강에 비친 달', '홍천강 탁주', '동몽' 3종이고 증류주를 내년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강원도라고 하면 먼 곳 같지만 경기도 양평과 맞닿아 있는 곳이 홍천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멀지는 않은 곳입니다. 사당역 기준으로 홍천군청이 있는 곳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술이 있는 곳은 시내에서 한참 산을 타고 넘어들어가야 합니다.


* 지금은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동홍천 나들목까지만 연결되어 있는데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예정은 내년이라고 하네요. 내촌 나들목에서 나오면 바로 예술로 연결됩니다.


법조인 정회철

정회철 대표님은 변호사 출신이라고 합니다. 네이버에서 인물 검색을 하면 예술 대표가 아닌 변호사, 전 대학교수로 표시됩니다. 그리고 헌법 관련 수험서도 여러 권 출판하셨습니다. 수험생들에게는 '헌법의 정석'이라고 불릴 만큼 대단하다고 합니다. 이제는 더는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관련 서적은 출판되는 듯합니다. 인물 정보에 올라온 사진은 예전 사진인데 지금 모습과 전혀 다르시네요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09/03/18/0200000000AKR20090318115000063.HTML

...사법고시계의 전국 스타강사가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번 학기 문을 연 충남대 로스쿨에서 헌법 기본권을 강의하고 있는 정회철(47) 교수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헌법의 정석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사시 수석 합격생들의 합격기에는 정 교수의 저서가 추천서로 꼽혀왔고 고시 학원에서는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동시 수강하기도 했을 정도...



귀촌하게 된 것은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는데 술을 만들게 된 동기는 또 다릅니다. 집에서는 취미가 아닌 전업으로 술을 만드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하네요. 양조장을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예술 홈페이지에 간단하게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http://www.ye-sul.co.kr/about.html

...우리의 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를 상품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누군가는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하나 둘 하다 보면 우리 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수많은 작은 양조장들이 생겨날 것이고, 다양한 술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양온소

예술은 양조장이 아닌 양온소라고 부릅니다. 양온서(良醞署)는 고려 때 왕이 마시는 술을 빚는 관공서를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조장이라는 표현 대신 양온소(釀醞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예술이라는 이름도 단술 ‘예(醴)’字와 ‘술’이 합쳐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등록된 상호은 '예술'입니다.

고려의 양온서는 나중에 사온서(司醞署)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조선 초기까지는 유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경복궁역 앞에 정부서울청사 맞은편 자리에 사온서터 표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804384&cid=49352&categoryId=49352

...사온의 온(醞)은 '술 빚는 일'을 뜻하는 말로, 1392년(태조 1) 고려의 제도 사온서를 이어받아 설치하였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사온서는 혁파되고 그 역할은 주방(酒房)이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관원으로 영(令)·승(丞)·직장(直長)·부직장(副直長)을 두었다가, 1414년(태종 14)에 승을 주부(主簿)로 고치고, 1446년(세종 28)에 부직장을 봉사(奉事)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국대전》에는 종5품 영 1명, 종6품 주부 1명, 종7품 직장 1명, 종8품 봉사 1명을 두었다. 사온서 밑에는 주고(酒庫)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온서에서는 궁중에서 사용하는 술과 국왕이 신하들에게 내려주는 술을 의미하는 선온(宣醞)을 빚는 일을 담당하였다...



양온소로 사용하는 기와집은 처음 땅을 살 때 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살림집으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양온소로 일부 개조를 했다고 하네요. 처음 건물을 설계하신 분이 한옥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좀 더 창의적인(?) 형식이 나온 듯합니다. 전통적인 한옥 방식보다는 양조장에는 더 어울리는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양조장과는 달리 이곳은 처음부터 체험하는 공간과 함께 준비되었습니다.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양온소 내 숙성실은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 처음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2층 구조로 되어 있는 예술촌(우리술 체험관)입니다. 1층은 교육장과 체험관으로, 2층은 카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술촌과 게스트하우스는 국민대 김개천 교수님이 설계하셨다고 합니다. 정 대표님은 양조장이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공간이 아닌 같이 놀고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셨다고 합니다.




백합나무

체험장 옆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6년 전 이곳에 오시면서 작은 백합 나무 묘목을 사서 500그루 정도 심었는데 벌써 이만큼 자랐다고 합니다. 내년 6월에는 꽃이 필 것이라고 하네요. 꽤 넓은 공간을 술에는 별 도움도 안 되는 백합을 심었다는 것만 봐도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대표님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백합은 1년에 1cm 정도 자란다고 합니다.


건물 아래쪽에 작은 비닐하우스에서는 단호박을 재배합니다. 동몽과 만강에 비친 달에 단호박이 들어가는 데 필요한 물량의 1/10 정도는 직접 재해하고 나머지는 지역 내 생산자에게 구매한다고 합니다. 단호박은 건조 후 갈거나 물에 불려서 사용하는데 냉풍 건조 후 사용합니다. 


오미자도 재배하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힘들다고 하네요. 지역적인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이 많이 간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오미자나 복분자를 사용한 청주를 생산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누룩

양조장에서 누룩 체험을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양조장보다는 오히려 농촌 체험에 누룩 체험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에서 하는 누룩 디디기 체험은 정말 제대로 진행됩니다. 원래 예술에서도 송학곡자에서 만든 누룩을 사용했는데 작년 10월부터 직접 누룩을 띄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술은 만드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 다른 지역에서 만드는 누룩을 사용하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체험은 준비한 밀을 갈아서(미리 갈아놓은 밀을 제공합니다) 씨누룩과 물과 섞은 후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들어 누룩틀에 차곡차곡 쌓아줍니다. 그리고 똬리를 만들어 묶은 후에 발뒤꿈치로 40분 정도 눌러주면 단단한 누룩이 만들어집니다.




방송 등에서 누룩 디디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땀이 날 정도로 힘들더군요. 이런 일을 직접 해야 한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제품에 쓸 누룩은 기계를 사용해 만든다고 합니다. 프레스를 사용하면 15초 정도면 완성된다는...



만강에 비친 달

다른 막걸리와 달리 제품 이름이 독특합니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건 이미 다른 회사(보해)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2012년에 나온 월, 강 브랜드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천'이란 숫자 대신' 만'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만'이라는 숫자는 조선 시대에는 중국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뭐 사용하지 못할 것이 없고 오히려 '만'이라는 숫자가 '모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이름을 붙여보았는데 더 좋은 어감이 나왔다고 하네요.



'만강에 비친 달'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술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높다 보니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라 좋은 음식과 함께하는 술로 만들었고 주 소비자층을 여성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만강에 비친 달'이 인기를 얻으면서 좀 더 단맛이 적은 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서 '홍천강 탁주'가 만들어졌습니다. 단호박이 들어가지 않고 단맛을 줄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1:1 비율로 판매된다고 하네요.


예술은 술뿐 아니라 제품 포장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피, 패키지, 매듭 하나까지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지난 7월 농업진흥청에서 개최한 '농촌 마을 농특산물 포장디자인 공모전'에서는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발효

발효실은 3평 정도 크기인데 옹기가 30개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옹기 하나에서는 500mL 기준으로 200개가 나온다고 하네요. 숙성실에서 60일 정도 지내게 됩니다. 1개의 누룩은 쌀 1말과 함께 술로 만들어지며 50병 정도 만들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숙성실은 양온소에 2곳이 있고 체험관 지하(1층처럼 보이지만 지하라는)에도 숙성실이 있습니다. 체험관 숙성실은 미송을 사용하는데 나무 향이 적은 것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체험 프로그램

예술은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전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시음과 견학만 하는 프로그램에서 1박 2일 코스로 술을 빚고 소주를 내리는 체험까지 같이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 정보는 예술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http://www.ye-sul.co.kr/class.html


체험 프로그램보다 좀 더 심화한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전통주 빚기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과정입니다. 올해는 7월 여름 휴가 기간과 개천절 여유 기간 동안 단기양조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단기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예술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ye-sul.co.kr/news.html


올 2월에는 경복궁 막걸리 학교와 함께 양조장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http://cafe.naver.com/urisoolschool/9966


단호박

왠지 친근하게 생긴 모습 덕분에 단호박은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 같은데 단호박이 들어온 것은 1920년대라고 합니다. 꽤 오랫동안 딱히 정착하지 못하다가 최근 '비타민'이 풍부하다는 소문(?) 때문에 시장이 커졌다고 하네요.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3&contents_id=5944

...한반도에 단호박이 전래된 것은 1920년대이다.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이주를 하면서 이 호박을 가지고 왔다. 이 시기부터 최근래까지 한반도 사람들은 이 호박을 왜호박이라 불렀다. 이 ‘왜-’의 접두어는 “작다”는 뜻이 아니라 “왜놈이 먹는”이란 뜻으로 쓰이었으며, 따라서 한반도 사람들은 이 호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반도 사람들은 왜호박에 비교하여 이전부터 먹던 동양계 호박을 조선호박이라 하여 특별히 맛난 음식인 듯이 여겼다. 그런데, 서양계 호박 중 붉은색이 도는 것은 약호박이라 하여 별도로 취급하였다. ‘토종 약호박’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호박의 유래를 알지 못하여 왜호박의 범주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한낱 호박일 뿐이거늘 그 유래 지역 또는 식용 민족에 따라 거부와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퍽 흥미롭다...

...강원 홍천의 단호박 재배 역사는, 한반도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길지 않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부쩍 홍천 단호박이 유명세를 얻고 있다. 홍천에서도 특히 내촌면에서 단호박을 많이 재배하는데, 일교차가 큰 산간 고랭지여서 당질의 함량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홍천단호박명품화사업단이 브랜드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촌농협에서 농가와 재배계약을 하여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홍천 읍내에 가면 덕바우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날 투어에서는 '오리 불고기 정식'과 '단호박 오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단호박 오리'는 오리보다 단호박이 더 맛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는데 독특하게 오리 로스처럼 생긴 고기를 아담한 단호박에 담아 쪄낸 후 먹음직스럽게 나옵니다. '오리 불고기 정식'은 무슨 음식인지 모르고 먹으면 아주 부드러운 소고기 불고기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당나귀

영화 '슈렉' 때문인지 당나귀보다는 동키라는 이름이 더 친근할지도 모르겠네요. 동물원에 가도 당나귀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기 때문에 당나귀는 그냥 말보다 훨씬 작은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다만 말보다는 좀 힘이 약한지 무게가 나가는 분들은 탈 수가 없다고 합니다. ㅠㅠ

홍천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당나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시에서 사업비를 지원해 당나귀 체험장을 만들기도 했더군요. 이날 방문한 '홍천 동키 테마 타운'은 2012년 4마리로 시작해서 지금은 30여 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승나(당나귀 타기) 체험 외에 먹이 주기, 당나귀 우유 비누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때는 '강원 홍천군 화촌면 구룡령로 170'로 찾으시면 됩니다. 다음 지도에서는 검색되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등록이 안 되어 있네요.

홍천에 왜 당나귀 체험공간이 많은지는 모르겠네요.


허브

허브를 체험하는 공간은 어디 가나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천에서 만난 '아로마 허브 동산'은 좀 독특합니다. 동네 어르신 같은 대표님이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소소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하우스 내 허브를 돌아보는데 다른 곳에서는 그냥 지나쳤을지 모를 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풀을 맛있다고 건네주셨는데 상상도 못 할 단맛이 나더군요. 국화과 다년식물 '스테비아'라고 합니다. 꽤 알려진 허브인데 사실 '스테비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거죠. 다음부터는 허브에 대해 좀 더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찍 다가온 단풍도 살짝 만날 수 있었고요.



* 사실 홍천 예술은 워낙 많은 분이 다녀와서 좋은 글을 쓰셨기 때문에 살짝 숟가락만 얹었습니다.

최근 올라온 글 중에 몇몇 흥미로운 글입니다.


뚜르 드 막걸리 / 우리 술 캠핑 전통주조 예술

일산에서 부부0325 술집을 운영하는 박정윤 셰프와 아트 디렉터 배영민님의 술 기행입니다.

그 첫 번째 여행지가 예술이었네요.

아웃도어 뉴스(월간 캠핑)에서 연재하고 있으며 '두 남자의 우리 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05

https://www.facebook.com/dosultour


술꽃 프로젝트 / 강원도 홍천 예술 / 2박 3일 여행기

서른 살 사춘기 백수 두 명이 떠난 술 기행 프로젝트랍니다.

http://sulblossom.blog.me/

전국 곳곳 술 여행 이야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ulblossom.blog.me/220363280646

페이스북은 https://www.facebook.com/sulblossom


관련기사: 홍천의 자연으로 빚은 '예술'같은 술, 그 술이 익어가는 곳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3/2015082302340.html

산 좋고, 물 좋은 '홍천 예술'로 떠나는 체험여행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1/2015102103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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