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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왜 우리는 쉬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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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10점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더숲

음식과 관련해 몇 가지 관심있는 주제 중 하나가 빵이였습니다. 약간 공부를 하다보니 너무 깊은 세계라 금방 포기하고 말았지만... 요즘 관심 주제인 막걸리와 연결지어보면 발효라는 공통적인 속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너무 정치적일 것 같은데 원래 제목을 번역해 옮기는 과정에서 이런 인상이 강해진것 같네요. 원래 제목은 '田舍のパン屋が見つけた「腐る經濟」' 입니다. '시골빵집에서 찾아낸 부패경제'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물론 책 내용 중간에 자본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 핵심은 저자가 자본론에서 한단계 자신의 생각을 더 나아가 '부패경제'를 어떻게 현실에서 이루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데 번역서에서는 이런 의도를 잘 담지 못한듯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척 잘 나가는 책입니다. 이 정도 판매되는 책이라면 중고로 나오는 물량도 꽤 있을듯 한데. 중고책을 찾기 힘들고 여전히 판매순위에서도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본론'이라는 막막한 제목 대신 책의 내용은 가볍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주제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스트에 대한 설명은 정말 명쾌합니다.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좋은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마치 눈앞에서 어떤 그림이 보이는듯한 ㅎ

균이 많으면 그만큼 발효 관리가 어려워져요. 게으른 균, 부패시키는 균까지 섞여 들어가니까 온도나 습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거든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여러 사람이 모이면 통솔하기 어렵잖아요. 그것보다야 불평 없이 말도 잘 든는 사람들이 똑같이 움직여주면 끌고 가는 사람이 휠씬 편한 법이지요. 그래서 편하게 관리하려고 이스트를 쓰는 거죠.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제2의 기계 시대'에서도 계속 언급되었던 이야기입니다. 기술혁신이 노동자에게 휴식을 안겨다주지 못하는 이유를 마르크스가 잘 설명해주고 있었네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산성 향상 그리고 이로 인한 개발자의 역량 강화 따위는 자본가의 이득 앞에서는 먼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150년 전, 아니 지난 20년 전과 비교해보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엄청난 기술혁신을 이룬 지금도 제빵 기술자건 직장인이건 노동자는 휴식을 얻기는커녕 변함없이 몸이 으스러져라 일만 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일부러 책을 읽고 찾아가는 한국 독자도 많다고 하네요. 검색을 해보면 직접 빵집에 갔다온 이야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무척 맘에 듭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책들은 너무 다들 진지해서... 이런 점은 좀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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