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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하루키의 여행법] 풍경에 자신을 몰입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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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문학사상사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하루키의 책을 한권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전 '상실의 시대'를 다시 보려고 해보았지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더군요. 너무 오래전 책이라 그런지도 모르겠고 뭔가 번역된 그의 문체가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 중 하나인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몇몇 매체에 소개된(또는 소개되지 못한) 여행기를 묶어 놓은 책입니다. 각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분량이 제각각이라 어느 부분에서는 작가의 생각이 깊게 들어가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그냥 여행 이야기만 담아놓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행기보다 작가의 말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의 여행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저런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고 생각되더군요.


나는 여러 차례 여행을 하는 동안 점점 나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일시나 장소 이름이나 여러 가지 숫자 같은 것은 잊어버리면 글을 쓸 때 현실적으로 곤란하니까, 자료로서 가능한 한 꼼꼼히 메모해 두는데, 세밀한 기술이나 묘사는 될 수 있는 대로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글쓰기를 잊어버리려고 한다. 카메라 같은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여분의 에너지를 가능한 한 절약하고, 그 대신 눈으로 여러 가지를 정확히 보고, 머릿속에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같은 것을 생생하게 새겨 넣는 일에 의식을 집중한다. 호기심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그렇게 하는 쪽이 나중에 글을 쓸 때도 휠씬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말한다면, 일일이 사진을 보지 않으면 모습이나 형태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는, 살아 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 유럽 여행을 다룬 '먼 북소리'나 그리스. 터키 여행을 다룬 '우천염천'도 나중에 읽어봐야 겠네요. 여행기가 익숙해지면 그의 소설도 읽어볼 수 있겠죠.


* 이 책은 별책인 사진집을 따로 판매합니다. 책보다 비싼 가격이죠. 책에서도 등장하는 마스무라 에이조가 찍은 사진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http://travelroom.tistory.com/67#.UfqTANKGHxs


* 책 속에 작가가 직접 그린듯한 일러스트(?)도 매력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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