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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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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 10점
홍은택 지음/한겨레출판


국내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2006년에 80여일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완주하면서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글을 엮은 책입니다.


기획연재 |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여행

http://www.hani.co.kr/arti/SERIES/15


비슷한 컨셉으로 오마이뉴스에서도 '시골 한의사, 미국을 달리다'라는 연재가 있었더군요.

http://www.ohmynews.com/NWS_Web/Issue/series_pg.aspx?srscd=0000010998


미국을 다녀온 이후 2012년까지는 NHN에 있다가 중국을 다녀와서 최근에는 카카오톡에서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역시 자전거로 4800여 킬로미터를 달리며 '중국 만리장정'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고생한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약간의 자전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미국 횡단 여행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혹시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맘을 정하기에 앞서 이렇게 일주일을 보내보시길 권한다. 토요일 아침 한강에 나가 암사동에서 행주대교까지 36킬로미터를 한 번 왕복한다.

...

수요일 아침에 이번에는 춘천을 향해 출발한다. 배낭에 있던 사전을 들어내고 텐트와 침낭, 코펠 등을 집어넣어 실전상황을 방불케 하는 여행을 한다. 춘천역 앞 광장에 도착해 한 귀퉁이에 텐트를 치고 잔다. 불안해서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 역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다시 서울로 향해 출발한다.

금요일 하루는 집에서 푹 쉰다. 그리고 토요일 다시 한강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다가 이렇게 십수 번을 되풀이해야 미국을 횡단할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그냥 한강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표지에 있는 것처럼 한가로운 전원 풍경 속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40도를 넘나드는 혹한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려야 하고 열차만큼 기다란 트럭 바로 옆에서 아슬아슬한 주행을 계속해야 한다고 합니다.

http://www.hani.co.kr/arti/SERIES/15/107749.html


신문 연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여행 이야기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여행을 하거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같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냥 바디 랭귀지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 테크니컬 라이터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군요. 물론 데이비드와의 관계는 썩 좋지는 않았지만(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지만 데이비드가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헤어졌다는...^^)


그는 '테크놀로지컬 라이터 technological writer'다.  번역하면 '기술작가'. 건축용 소프트웨어의 사용설명서를 쓰는 게 그의 일이다. 까다로운 기술언어를 보통 쓰는 말로 바꾸는 게 직업이어서 그런지 복잡다단한 얘기도 그는 쉽게 할 줄 안다.

나는 전부터 사용설명서 쓰기가 신문기사나 시, 소설보다 더 중요한 글쓰기라고 생각해왔다. 기술의 세계에서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주문이 필요하다. 주문을 모르면 기계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열려라 참깨'와 같은 주문이 매뉴얼이다. 세상에는 뜻 모를 매뉴얼이 너무 많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조립설명서를 보고 모형비행기를 대신 조립해주는데 눈이 아릴 지경이었다. 새벽 1시가 넘어 아들은 완성품을 보려다가 지쳐 쓰러져 잠들고, 나는 설명서의 난해한 언어에 절망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에 한 것과 똑같이 막대기들을 고무줄로 둘둘 말아서 모형항공기라고 만들어놓고 나도 잠들었다.

데이비드는 그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자기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기술작가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나오면 개발자에게 직접 문의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고 한다. 그렇게 사용자의 관점에서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면 기술이 사람을 통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기술작가들을 소중히 여겨야 하고, 기술작가들은 사용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분연히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전거타기 기술 같은 기술만 있다면 기술작가들은 굶어 죽을 것이다. 사용설명서조차도 필요 없는, 인간 친화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실용적이며 인간과 하나가 된다. 나는 궁긍적으로 기술작가들이 밥 먹고 살기 어려운 세계를 꿈꾼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은 미국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발달된 도심을 벗어난 미국의 시골 마을이 얼마나 빠르게 쇠락해가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구요.


*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저자는 서울에서 자출을 시도하면서 '자출사' 카페에 인사를 남기기도 했더군요. '서울 도심 주행을 위해 80일간의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왔다면서..

http://cafe.naver.com/bikecity/55415


* 중국 여행때는 중앙 선데이와 미투데이에 연재를 했더군요.

http://me2day.net/zixingche

의무감으로 살지 말자, 누리며 살자, 그래서 떠난다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2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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