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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한국의 글쟁이들] 글 좀 잘 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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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8점
구본준 지음/한겨레출판

어디선가 글 잘쓰는 법 그렇게 소개된 기사가 이 책에서 나온 것이었더군요. 18명의 글쟁이들 이야기를 책 한권으로 읽어 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


물론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내용이기 때문에 찾아보면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을겁니다. 책에 나온 순서와 기사 순서가 같지는 않더군요.


기사에는 '~가 말하는 내 책은'이라는 박스 기사가 있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담고 있고

책에는 '팁'이라는 박스로 기사에 담지 못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 말하는 내 책은'은 모든 기사에 담겨져 있지는 않습니다.)


링크 정리는 책 순서대로 ...

(괄호안에는 기사 순서, 7번이 중복된 것은 아마 6번과 7번이 잘못 표기된 듯)


1(12). 국문학 저술가 정민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0837.html

그래서 정 교수는 내용과 문체에서 모두 ‘전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대중들은 정교수의 문체가 유려하다고 평하지만, 정작 정교수는 글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눈다.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 아무리 공들여 쓴 표현이라도 퇴고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도려낸다. 그럴수록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면 3번 소리 내서 읽어요. 제가 읽고 고치고 아내에게 부탁합니다. 아내가 읽어가다 멈추는 곳이 있으면 그건 문장이 잘못된 거에요. 그런 곳들을 한번 더 고칩니다.”


2(7). 미술 저술가 이주헌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8321.html

이씨의 글은 철저하게 저널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씨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결국 ‘소통’의 문제다. 정보나 지식 등 필요한 것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상인의 언어로 길을 터주는 것이다. 이씨 스스로도 항상 ‘나 자신이 미디어다’라는 생각을 갖고 글을 쓴다. 그래서 이씨의 글은 가장 편하게 읽으면서 정보와 감상을 얻을 수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씨 이후 이씨보다 더 학문적 배경을 갖췄거나 이씨처럼 쉽게 글쓰는 이들이 등장했지만 누구도 이씨처럼 대중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바로 ‘저널리즘적 글쓰기’ 감각 때문으로 평가받는다.


3(1). 역사 저술가 이덕일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8752.html

직장인처럼 규칙적인 생활과 철저한 자기관리도 이씨의 성공비결 가운데 하나.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까지 일하고, 가끔 야근도 합니다. 일이 되든 안되든 앉아서 글을 쓰든지 책을 보면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게 원칙입니다.” 이씨는 술마시는 시간을 빼면 항상 글을 쓰거나 공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마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마련인 대부분의 필자들과 달리 원고 기한을 어기는 법이 없다. 자기 일정과 작업량을 잘 감안해 합리적으로 마감을 정하기 때문이다. “책도 상품인데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낼 수는 없잖느냐”고 이씨는 웃었다.


4(4). NGO 저술가 한비야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1227.html

한씨의 글이 이렇게 쉽기 때문에 책을 쓰는 것도 술술 쓸 듯하지만, 실은 그 정반대다. 한씨는 원고를 자기 마음에 꼭 들 때까지 수십번씩 퇴고한다. 그래서 교정지가 ‘딸기밭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불바다가 되어’버린 듯 새빨개진다. 한씨는 또 자기 책의 목차는 물론, 목차의 순서, 각 항목별 쪽수와 분량을 모두 스스로 정한다. 그러다보니 자기 책 본문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 “저는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로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좋은 소재로 왜 이정도 밖에 못쓰냐며 자학하는 스타일이다. 글을 쓴 다음에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긴급구호 현장에서 수만명이 죽어가는 현장이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는 연시이건, 글이란 것은 운율이고 리듬이라고 생각해요. 호흡이 짧아지거나 거칠다 싶으면 다 고쳐요. 입으로 읽어서 거칠면 눈으로 읽어서도 거칠다고 생각해요.” 한밤중에 글을 쓰고는 친구며 편집자에게 전화해서 무조건 읽어주면서 점검해댄다. 좋은 아이디어나 표현이 떠올라도 전화를 한다. 당연히 편집자들은 ‘죽을 노릇’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장의 호흡은 물론 한권 전체의 강약중강약 호흡도 따진다. 그러다보니 거의 자기책을 외우게 된다는 것이다.


5(9). 동양철학 저술가 김용욱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59124.html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체상의 강점은 바로 대중성이다. 도올의 글은 어려운 용어를 쓰지만 소화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이처럼 자기 사유를 알기 쉬운 대중적인 언어로 펼쳐보이는 학자는 무척 드물다. “저술의 기본 대상을 항상 25~35살로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에요. 어떻게 하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끈을 놓치지 않느냐는 것이 내 삶에서 끊임없이 벌여야만 하는 사투라고 할 수 있지요.”


6(10). 변화경영 저술가 구본형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64070.html

출판계에서 꼽는 구씨는 능력은 ‘새로운 주제를 끌어가는 힘’이다. 동시에 똑떨어지는 카피와 제목을 뽑아내는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휴머니스트 한필훈 편집장은 “전하려는 메시지가 익히 잘 알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엄청난 독서로 얻어낸 근거로 정리하기 때문에 내용이 상투적이거나 뻔하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고 분석했다.


7(13). 만화가 이원복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3888.html

이 교수는 자신을 콘텐츠 생산자라기 보다는 콘텐츠 전달자라고 본다. 교양만화는 ‘콘텐츠 70, 그림 30’이며 당연히 그 핵심은 콘텐츠 전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하는 작업을 오만하게 이야기하면 문화 통역인 것 같아요. 문화라는 것을 만화라는 언어로 통역하는 겁니다.”


8(11). 자기계발 저술가 공병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67583.html

공씨의 이런 다산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비결은 바로 다른 저술가들과 공씨의 차이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공씨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 저술인 것은 분명해도 자신을 전업 저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스스로 규정짓는 자기 정체성은 ‘고객 성공을 위한 가치창조자’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원칙은 ‘효율성’이다. ‘효율성’과 ‘고객’은 그를 지배하는 두가지 화두다.


9(5).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4811.html

재미있는 점은 이씨가 과학기술을 논하면서도 운전면허도 없고, 휴대폰도 안쓰며, 글도 원고지에 펜으로 쓴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최신 과학정보나 흐름에는 누구보다도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 “과학저술가는 과학지식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이자 전파자여야 한다”는 철학 덕분이기도 하지만 최신 과학기술이란 게 누가 먼저 관심을 갖고 다루느냐가 승부처이기 때문에 늘 최신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결과다. “테크놀로지는 정보전쟁이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교수들도 몰라요. 늘 먼저 보고 공부하는 게 ‘장땡’입니다.” ‘최신’ 못잖게 이씨를 짓누르는 단어가 ‘정확’이다. “과학저술의 기본은 ‘학문적 정확성’과 ‘언론의 민첩성’이고, 프로 과학저술가로서의 기본은 ‘자기 것에 대한 책임’과 ‘완벽’뿐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글에 오류가 있으면 개망신을 당해요. 그래서 항상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찾는게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10(8). 민속문화 저술가 주강현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55149.html

주씨의 이런 자료정리는 출판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주씨 책을 다뤄본 편집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주씨의 강점은 3가지. 어떤 것을 책으로 써야할지 아는 기획력, 답사와 취재 열정, 그리고 방대한 자료다. 특히 자료에서 사진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책에 들어가는 시각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저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 사진을 단순하게 책에 집어넣는 컷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 자체가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인식해서 오래전부터 중시해왔습니다. 민속학의 특성상 그 순간 찍어놓지 않으면 사라지거든요. 이미 제가 찍은 뒤 사라진 것들이 허다합니다.”


11(14). 만화작가 김세영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76943.html

그럼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샘물 퍼내듯 써내는 것일까. “그릇에 물이 있다고 쳐요. 물을 쏟아서 흘러가는 것을 저는 쫓아가는 거에요. 물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 하나를 고르는 거죠. 쏟을 물을 채우는게 주인공 캐릭터를 만드는 거에요.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일 하는지 정하면 그 다음에 이야기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이야기를 푸는 한가지 요령이 더 있다면 “사실은 거짓처럼, 거짓은 사실처럼, 없었던 일은 있었던 것처럼, 있었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2(19). 건축 저술가 임석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92308.html

“건축 자체가 종합학문이에요.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종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건축현상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물론 배경역사와 철학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와 공학기술도 알아야 하구요.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건축책은 글과 이미지를 함께 다룰 수 있어야 쓸 수가 있어요. 필자가 직접 이미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과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루는 책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13(2). 교양미술 저술가 노성두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32726.html

우리 출판시장에서 교양미술책은 팔리는 주제만 중복출판된다. 인상파, 특히 고흐에 대한 책만 계속 나온다. 노씨가 다루는 근대 이전 고전미술들은 아직 대중들에겐 어려운 미술이란 관념이 강하게 박혀 있다. 그 간극이 메워질 때까지 저술가로서 노씨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14(16). 교양과학 저술가 정재승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83677.html

그러나 정씨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책의 내용과 정재승식 글쓰기였다. 정교수는 물감을 흩뿌리는 현대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으로 카오스 이론을 설명하고, 통계학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를 오제이 심슨 사건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물리학자들이 경제 영역에 뛰어든다든 등 당시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과학을 설명하는 소재로 등장했다. 문화와 과학, 경제와 과학을 연결해 과학을 설명하는 책은 그동안 없었기에 독자들은 열광했던 것이다.


15(3). 동양학 저술가 조용헌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37203.html

이야기꾼으로서의 ‘글발’도 조씨의 강점으로 꼽힌다. 조씨의 글은 단문이 특징이다.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one idea one sentence), ‘문어와 구어의 일치’가 그의 글쓰기 철학이다. 좋아하는 글쟁이는 언론인 박권상, 그리고 외국작가 오스카 와일드다. 오스카 와일드는 문장이 짧고 관계대명사가 없어 읽으면서 헷갈리지 않기 때문에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16(7). 전통문화 저술가 허균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51656.html

“전공에만 너무 천착하는 것이 문제라는 걸 실감했어요. 백과사전에 들어갈 항목을 전문가들로부터 글을 받으면 자기 분야의 관점과 관심사로만 써오는 거에요. 미술사쪽은 특히 더 그래서 너무 양식사에만 치중하고, 바로 인근 분야조차도 아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화현상이란 것은 성립요소가 굉장히 다양한데, 주변 문화요소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거죠. 백과사전 작업을 하면서 사물을 여러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어요.”


17(15). 서양사 저술가 주경철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79861.html

주경철 교수(46·서울대 서양사학과)는 학자 또는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이 세가지 항목에 가장 충실한 교수 가운데 한 사람이라 할만한 이다. 곧 이 시대 지식인들 가운데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당연한 책무인 전공 연구에 충실한 동시에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을 꾸준히 쓰고 있고, 주요한 외국 서양사책을 꾸준히 번역해오고 있다.


18(18). 출판칼럼니스트 표정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89530.html

책벌레들의 특징이 ‘박람강기’(博覽强記)라는 점을 감안해도 표씨의 지식은 넓이 면에서 도드라진다. 교수도 아니고 박사도 아닌 그가 이런 지식을 갖게 된 비결은 꼬리를 물며 책을 이어가는 독서습관이다. “책을 읽으면 참고문헌에 있는 책이나 관련있는 책, 거론된 책을 찾아서 읽거나 체크를 해놔요. 저자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 다른 책을 조사해서 알아놓아요. ‘이 짓’을 한 10년 넘게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책의 그물이 지어지는 거죠. 외국에 가서 책을 보다가도 참고도서 목록이 충실하면 정작 그 책 내용은 별로라도 사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모든 조사과정이 지식으로 쌓이는 셈인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이런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책이 전경이라면 그 전경을 둘러싼 배경을 조사하고 알아가는 것, 그게 즐겁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으니까요.”


후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95158.html


글을 잘 쓴다는 것.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링크된 기사로도 읽을 수 있지만 책으로 읽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 책에 기사로 실렸던 모든 내용이 다 실린 것이 아니더군요.

17번째 소개된 고종석님의 이야기는 책에서 빠졌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86628.html

작년 9월 '절필'이라는 칼럼 이후 매체를 통한 글쓰기는 중단했다고 하시네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29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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