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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다산의 마음] 장님 코끼리 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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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음 - 8점
정약용 지음, 박혜숙 엮어옮김/돌베개

우연히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화성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남긴 문서가 어마어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이 발달된 계기 역시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어떻게 전달할런지에 대한 고민이어서 정약용 선생의 책을 찾아봐야 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책은 정약용 선생의 책이 아니라 화성성역의궤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정약용 선생의 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가장 많은 것은 어린이 위인전입니다. 그것도 워낙 종류가 많고 제목만 보아서는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하나는 정약용 선생의 책을 편역한 책들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목민심서나 흠흠신서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편지글입니다. 오랜 유배 생활동안 편지글을 남겼고 그 중에서 지금까지 전해오는 내용을 모아 책으로 낸 것입니다.

원래 의도는 정약용 선생의 기술 매뉴얼에 대한 흔적을 찾으려 했던 것인데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도서관에서 가장 찾기 쉬운 책을 골랐습니다.


이 책은 돌배개에서 고전의 현대화를 목적으로 우리고전 100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작업인데 지금까지 18권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에서 '다산의 풍경'은 시를 모은 선집이고 이 책은 산문을 모은 선집입니다.


편역자의 말에 따르면

...다산의 저술을 마주하면 우리는 흡사 장님이 되어 코끼리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산에 관한 오늘날의 선집이나 논저들을 보아도 다산의 겉모습을 두루 보여 주기는 하지만 정작 그 본질은 놓친 경우도 있고, 그 본질은 주목했지만 일면만을 다룬 경우도 있으며, 비판성과 혁신성을 중시하다 보니 내면성은 간과한 경우도 있고, 인간적 측면을 부각하다 보니 사회적 측면은 소홀히 한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오늘날 독자들이 다산의 전모를 짐작이라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다산의 산문 선집이다. 이 선집은 또 하나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문제는, 스스로가 장님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자각과 자기가 본 것만이 진리라고 여기는 아만에 있다. 스스로 인식의 주관성과 부분성을 자각하고 타인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자기 견해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면, 비록 장님일지라도 코끼리의 전모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터이다...


짧은 분량이지만 편역자의 의도대로 다산의 다양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혁신적인 사상에서부터 유배지에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까지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의 다른 책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큰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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